"아줌마라고요? 범죄 막는 관제요원입니다" [강홍민의 굿잡]
길 잃은 아이, 치매노인 등의 미귀가자를 찾는가 하면, 폭행·마약 등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를 찾아내 미연에 방지한다. 낮밤 가리지 않고 도심 곳곳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는 이 직업은 관제요원이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강남구의 강남도시관제센터는 연면적 575.54㎡, 7243대의 CCTV(Closed-circuit Television, 폐쇄회로 텔레비전)로 강남구 전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센터의 관제요원들 대부분이 주부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주부 특유의 예리한 촉과 삶의 경험을 무기로 일상 속 숨어있는 범죄를 찾아낸다는 이신선 관제요원을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CCTV를 비추는 모니터가 굉장히 많네요. 센터 초기부터 이렇게 많았나요.
“아닙니다. 2002년 강남구가 지자체 최초로 방범용 CCTV 5대를 시작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고, 2005년 방범 CCTV관제센터를 구축하면서 체계를 잡기 시작했죠. 원래는 부서별로 관제 기능이 나눠져 있었는데, 통합을 위해 관제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자체 구축을 했습니다.”
강남구에 설치된 CCTV는 몇 대 정도 되나요.
“현재 방범용 4851대,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1157대, 공원안전관리 487대, 불법주정차단속 622대, 수해예방용 68대, 산불예방용 11대 등 2233개소 총 7243대의 CCTV를 가동 중입니다. 2026년까지 주택가 중심으로 방범용 CCTV를 연간 50개소씩 총 200개소를 신규 설치할 계획도 있습니다.”
“강남도시관제센터, 사건사고 발견 시 경찰서·소방서·구청상황실 등 관련기관에 전파···범죄 해결 위해 경찰과의 공조가 중요해”
센터에서 근무하는 관제요원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강남구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범죄수사를 지원하는 역할인데요. 기본적으로 CCTV 모니터링을 통해 재난상황과 위기징후, 위험요소를 발견해 비상조치 상황을 경찰서, 소방서, 구청상황실 등 관련기관에 전파하는 업무입니다. 작년에 경찰서 및 공공기관에 제공한 자료가 1만2천여 건 정도 됩니다.”
주로 센터에서 해결하는 사건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폭행이나 교통사고, 미귀가자(치매어른, 미아 등), 화재, 도난차량, 주거침입 등이 주로 발생하는데요. 사건 발생 시 경찰과 공조해 범인을 검거하거니 상황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관제요원별로 실시간 모니터링 구역이 나눠져 있겠군요.
“그렇죠. 보통 요원 한 명당 3~4개동을 맡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엔 현재 청담동, 개포1동, 도곡1동을 맡고 있어요. 정해진 곳만 계속 보면 익숙해지고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요원마다 월별로 구역을 바꾸기도 합니다.”
사건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도 있겠네요.
“그렇죠. 강남구는 서울의 중심지이다보니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고, 그만큼 사건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주로 유흥가 밀집 지역인 논현, 신사, 역삼, 청담동에서 사건 발생 빈도가 높아 요원들도 주의 깊게 보는 편이에요.”
시간대별로 주의 깊게 봐야하는 지역도 있겠군요.
“오전에는 아이들의 범죄 예방이나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학교 근처를 유심히 보고, 저녁이 되면 술집이 밀집돼 있는 번화가를 잘 봐야 하죠. 근데 사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곳도 체크를 잘 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어떤 사건이 주로 발생하나요.
“요즘 마약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도 마약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어요. 골목에 주차돼 있는 차량에서 내린 사람이 옷을 벗고 도로에 누워 있는 걸 발견해 경찰에 인계한 사건인데, 경찰수사 결과, 마약사건이었죠. 얼마 전에도 저희 팀 요원이 늦은 밤 흰 봉투를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해 경찰과 협조해 마약사범을 검거한 경우도 있어요.”
경찰과의 업무 협조가 긴밀히 이뤄져야 하겠군요.
“아주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죠. 예를 들어, 음주운전이나 뺑소니가 발생했을 때 차량을 실시간으로 쫓아야 해요. 그런 상황에선 CCTV 모니터를 바꿔가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빠르게 경찰에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모니터상에서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가정하면, 우선 관제센터 팀장에게 보고한 뒤 각 관할 지역에 있는 지구대에 무전으로 주소 및 상황을 공유합니다. 그럼 경찰이 출동하죠. 하지만 범죄자들이 그 장소에만 머무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투망감시를 통해 이동경로를 경찰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과의 공조는 물론, 관제요원 간의 팀워크도 중요해 보이네요.
“말씀하셨다시피, 저희는 팀 간 협력이 굉장히 중요한 업무예요. 센터에 4개 팀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건 발생 시 서로 손발을 맞추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요원 한 사람당 3~4개동을 맡으면 체크해야할 CCTV 화면은 대략 몇 개정도인가요.
“동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요원 한 명당 8개의 모니터가 있어요. 평소에는 한 모니터 당 4개씩 분할해 돌려가면서 확인합니다. 특이사항 발생 시 화면을 키워 보기도, 돌려서 보거나 캡처를 하기도 합니다.”
CCTV가 범죄를 예방하는 역할이지만 일각에서는 감시로 느끼는 부정적 시각도 있어요.
“간혹 ‘내 모습이 왜 CCTV에 찍혀야 되냐’며 민원을 넣는 분들도 있으세요. 저희도 개인정보법에 의거해 개인의 신체를 캡처, 저장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시민들의 안전에 포커스를 맞춰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했거나 중요한 역할을 했을 때 관제요원은 인센티브를 받나요.
“예를 들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최초 발견한 요원 그리고 공조 역할을 한 요원들에게는 관제 점수가 부여됩니다. 이 점수가 쌓이면 연말에 표창장이 주어지기도 하죠.”
예를 들어, 사건사고나 분실물이 발생했을 경우 CCTV 열람 요청은 어떻게 하나요.
“저희 센터에 정보공개 열람 청구서를 작성해 요청하시면 센터 내 정보공개팀에서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워낙 많은 데이터를 관리하다 보니 보관기간이 30일이에요. 그 이후엔 삭제하니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기억에 남는 사건도 있을 것 같아요.
“택시강도 사건이 기억에 나네요. 승객이 택시기사를 구타하고 택시를 뺏어 달아난 사건이었어요. 사건 발생 지점 주변을 투망감시로 모니터링을 하던 중에 강도가 골목 모퉁이에 택시를 버리고 도주를 했어요. 그때 저희 팀원이 ‘반드시 다시 택시를 탄다’는 빠른 예측으로 주변도로를 감시하다가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자가 탄 택시를 발견해 경찰에 보고했어요. 경찰이 확인해보니 범인이 맞았죠. 택시기사의 휴대폰 번호를 파악해 친구처럼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달하고 검거한 사건이 있었어요.”
“관제요원 대부분 여성·주부로 구성···몇 년전부터 강남구청 소속 마급 공무원으로 채용”
근무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14년 정도 됐어요. 이곳에서 먼저 일하던 친구의 추천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었죠.”
일하시는 분들을 보니 여성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현재 관제요원은 모두 여성이에요.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 섬세한 부분이 중요하기도 하고, 업무적으로도 연령대가 좀 있는 여성들이 하기에 적합한 직업인 것 같아요.”
관제요원은 강남구청 소속인가요.
“예전에는 용역으로 운영했는데, 몇 년 전부터 강남구청에서 공무원(지방시간선택제 임기제 / 마급)으로 채용하고 있어요. 관제요원들은 5년 계약직이라 업무평가를 통해 근로계약이 이뤄지고 있고요.”
주·야간으로 근무하다 보면 애로사항도 있겠군요.
“저희는 38명의 관제 요원이 4조2교대로 순환근무를 하고 있어요. 주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18시, 야간은 18시부터 익일 8시 30분까지 근무인데, 대부분 요원들이 40~50대 주부예요. 밤에 출근을 하는 직업이라 아무래도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하죠. 또 주·야간으로 근무가 바뀌니 초반에는 생체리듬이 불균형할 때도 많고요. 애로사항은 있지만 주부들이 하기 좋은 직업은 맞습니다.”
관제요원이 갖춰야할 조건도 궁금합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파악하고 의심되는 부분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센스와 캐치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지리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죠.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영상 정보 관리사 자격증이나, 컴퓨터 활용 능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이 주어집니다. 하나 더 꼽자면, 주야간 근무라 잠이 없는 분들이 유리하긴 합니다.(웃음)”
아무래도 모니터를 계속 주시해야 하는 직업이라 눈 피로도가 높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특히 밤에는 더 빨리 피로감을 많이 느껴요. 관제요원들은 영양제는 필히 챙겨 먹고, 너무 피곤할 땐 안대를 착용해 눈을 좀 쉬게 해주고 있어요.”
강남관제센터에서 근무하려면 강남에 살아야 할까요.
“집이 강남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어요. 다만, 말씀드린 것처럼 강남의 지리를 잘 알고 있다면 이점이 될 순 있겠죠.”
직업병이라고 하면 뭐가 있을까요.
“사람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는 습관이 있어요. 일상생활에서도 조금이라도 이상한 사람이 있거나 특이한 점이 있는 주변인물을 관찰하는 버릇이죠. 예의주시를 하다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신고해요. 아무래도 이 직업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관제요원의 직업 비전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초등학교나 어린이보호구역 등 인공지능(AI)로봇 적용 구역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아직까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섬세함을 따라가진 못하는 것 같아요. 특히 CCTV 사각지대는 예측을 해야 하는데, 로봇이 할 수 없는 영역이거든요. 아직까진 저희 관제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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