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펀딩업체' 기사로 홍보해주고 돈 받은 언론사
해외부동산 투자업체, 기사형광고 통해 성과·실적 강조
MOU 사진 조작, 기업 연혁·파트너사 허위 기재에 실적도 '불분명'
돈 받고 쓴 기사로 드러나… 해당 언론사들 기사 삭제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포털 뉴스와 블로그, 유튜브 영상을 보고 '믿을 수 있는 업체'라는 확신이 들어 해외부동산에 투자하면 '사기'를 당할 수 있다.
해외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뉴펀딩이 지난 6월부터 언론 보도와 유튜브 영상 등을 동원해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업체의 연혁과 파트너사 등이 허위 기재됐고, 투자 사실도 불분명해 업체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언론사가 돈을 받고 대가로 기사를 쓰는 기사형광고로 '사기 업체'를 홍보해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상한 뉴펀딩 홍보 기사 '기사형광고'였다
세계일보는 지난 6월27일 <뉴펀딩, 시리즈A 투자 유치> 기사를 통해 “총 1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7일 밝혔다”며 “이번 투자에는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 골드만삭스 CLSA렌딩아크, 500글로벌 등 다수의 국외 투자사들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아주경제는 지난 7월11일 <뉴펀딩, 영업이익 48억 돌파...미래 먹거리 사업에도 박차> 기사를 냈다. 기사는 “올해 3분기 매출액 1480억 원, 영업이익 48억 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30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며 “뉴펀딩은 말레이시아, 인도, 싱가포르 등 글로벌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부동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미주중앙일보는 <뉴펀딩, 아파트담보채권투자 안전성 강화…권원보험 가입> 기사를 냈다. 이 외에도 복수의 언론사들이 <뉴펀딩, 금융·부동산 우수인력 전문가 하반기 공개채용 실시> <온라인투자연계 플랫폼 뉴펀딩, 시리즈A 150억원 투자 유치> <뉴펀딩, 누적 투자금액 1,450억 돌파하며 평균 수익률 15.36% 달성> <뉴펀딩, 금융·부동산 우수인력 전문가 하반기 공개채용 실시> 등의 기사를 냈다.
복수의 언론사·홍보대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기사들이 언론이 건당 20만~30만 원씩 받고 쓴 기사형광고(기사로 위장한 광고)였다. 하지만 이들 기사에는 금전을 받았다거나, 광고라는 표기가 없다. 현재 이들 기사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언론 보도만 수상한 건 아니다. 이 업체의 이름을 포털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업체를 홍보하는 블로그 게시글이 다수 뜬다. 전용 유튜브 채널도 있다. 네이버 블로그 기준 20건의 뉴펀딩 홍보성 글이 올라왔다. 20건의 게시글 모두 업로드 일시가 2023년 6월1과 5일 이틀로 부자연스럽다.
성과 조작하고 업체 연혁과 파트너사 등 허위 기재
그러나 이 업체의 소개와 기사 내용을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다르거나 불투명했다. 우선, 업체 연혁부터 사실과 다르다. 뉴펀딩 소개자료에 따르면 2015년 2월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돼 있지만 법인 등기부등본을 발급해 확인한 결과 이 업체의 설립일은 2023년 6월2일이다. 실제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뉴펀딩 관련 게시물, 기사 등 홍보성 자료는 2023년 6월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펀딩의 분기 매출액은 1480억 원, 영업이익은 48억 원에 달했지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표된 자료는 없다. 실제 등기부등본상 이 업체의 자본금은 50만 원으로 나타났다.
2023년 6월 설립된 업체가 '분기별 매출'을 공표하거나, 성과와 향후 성장 가능성을 토대로 한 스타트업 대상 투자를 받았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업체의 설립자이기도 한 박아무개 대표는 법인 등기부등본상 1998년생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사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펀딩은 싱가포르 현지 기업과 MOU를 맺고 해외 부동산 사업을 하는 것처럼 돼 있다. 그러나 뉴펀딩 홈페이지에 나온 현지 기업과 MOU 사진들을 이미지 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신한DS의 보안업체 MOU, 호남대의 싱가포르 현지 대학과 협력 사업 보도자료 속 사진으로 나타났다. 사진이 조작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펀딩은 해외 투자업체인 '500글로벌'의 투자를 받았다고 했지만 복수의 스타트업 투자 현황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뉴펀딩 투자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뉴펀딩이 '파트너'라고 소개한 업체도 사실과 달랐다. 뉴펀딩은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를 '뉴펀딩 파트너'라고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클라우드에 확인한 결과 해당 업체와 네이버클라우드와 제휴나 파트너십을 맺은 적 없다.
뉴펀딩을 홍보하는 기사를 보면 다른 업체의 내용을 베껴다 쓴 정황도 있다. 뉴펀딩이 유명 해외 투자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고 밝힌 기사에 나오는 투자업체 관계자 발언은 2021년 다른 업체 기사에 나오는 내용과 동일하다. 또 뉴펀딩은 '심리측정기반 신용평가' 특허가 있다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밝혔는데 특허청 특허 내역을 확인한 결과 다른 대출 서비스 업체가 가진 특허로 나타났다.
뉴펀딩의 박아무개 대표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업의 투자 내역과 내용 등이 허위인데 '사기'가 아닌가라고 묻는 질문에 “확인 후에 답변을 주겠다”고만 밝혔다.
'사기' 거르지 못하는 기사형광고
언론이 대가 여부를 표기하지 않는 기사형광고는 그 자체로 기만적 문제이지만, 이 경우 사기 피해를 양산하는 문제도 있다. 기사형광고 작성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걸러내지 못하면서 코인, 투자 등 사기에 활용되는 것이다.
뉴펀딩 기사를 쓴 한 경제지의 온라인부문 데스크는 “(돈을 받고 작성한) 유가 기사가 맞다”며 “통상 검증을 하는데 일부 그러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한 언론홍보업계 관계자는 “기업 투자, 부동산 등 내용에는 관련 증빙자료를 요구한 다음 언론에 의뢰를 하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업체가 조만간 상장될 거라고 속여 높은 수익을 보장하며 투자를 유치한 다음 잠적해 백억 원대 피해를 낳은 '베노디글로벌' 사기 사건에도 '기사형 광고' 문제가 있었다. 이 업체는 반신반의하는 피해자들에게 기사 링크를 보내며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포장했다. 피해자들이 공개한 투자업체 담당자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보면 해당 업체 관계자는 유명 경제지들의 기사 링크를 보여주며 설득했다. 한 피해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투자 사실을 밝히며 “호재 기사도 뜨고 프리아이피오라고 원금보장된다 그래서”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모인 인터넷 게시판에도 '기사를 보고 믿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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