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으로 떠오른 우주SF의 가능성, ‘우리호’는 안착할까
‘쌍천만 감독’ 김용화의 자신감…한국 우주SF물 새 역사 쓸까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한국에서 SF영화의 어깨는 무거웠다. 할리우드에 비해 부족한 VFX(시각효과) 기술력으로 우주를 구현하기란 어려웠다. 국내 SF영화 가운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인기 시리즈인 《스타워즈》까지도 한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할 정도로 한국에서 SF라는 장르, 특히나 우주를 다룬 '스페이스 오페라'는 대중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신과 함께》로 1000만 관객을 두 번이나 달성한 김용화 감독이 이 무거운 도전에 나섰다. 인간이 궁금해하는 사후 세계를 영화를 통해 구현했던 김 감독은 이제 관객들에게 우주를 펼친다. 한국 영화가 축적해온 고유의 VFX 기술력으로 이번에는 모두가 동경하고 상상하는 달을 구현했다. 8월2일 개봉하는 《더 문》이다.
한국 고유의 VFX 기술력 활용
배경은 2029년. 한국은 달 탐사선 '우리호'를 쏘아올린다. 유일한 생존자인 황선우(도경수) 대원을 구조하기 위해 나로우주센터 전원이 투입된다. 전임센터장 김재국(설경구)과 나사(NASA)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인 윤문영(김희애)이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성공의 관건은 우주를 얼마나 잘 구현했는지다. 이미 할리우드의 SF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우주를 실감해본 관객들의 눈높이를 얼마나 맞출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른다. 한국 우주SF물로는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시리즈물 《고요의 바다》가 있었다. '한국 최초의 우주SF 영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승리호》에는 240억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서사가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한국에서도 우주SF물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작품이었다. 《고요의 바다》 역시 우주 공간을 재현한 작품으로는 평가받지 못하면서, 여전히 한국에서 우주SF물의 흥행은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더 문》의 제작비는 280억원. 올여름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 가장 높은 제작비를 썼지만, 우주를 다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극히 적은 금액이다. 김 감독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며 "시각적으로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 등 우주 배경의 할리우드 영화를 한 단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피사체 하나부터 한 땀 한 땀 더 정성스럽게 쌓아 올리면 (영화의) 퀄리티는 함께 상승한다. 옷이나 소품을 실제로 제작해 VFX와 콜라보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개봉한 《그래비티》는 뛰어난 영상미와 정밀한 재현으로 우주 비행사들의 극찬을 받은 영화다. 《인터스텔라》(2014)는 우주 과학 이론을 시각적으로 가장 잘 구현했다며 호평을 받았다. 그 이상의 우주를 김 감독은 자신한다. 그가 이끄는 VFX 기업인 덱스터스튜디오가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통해 우주를 생생하게 구현했다.
"시각적으로 《그래비티》 뛰어넘어"
영화는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탐사선 내부와 달 표면 등을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을 통해 자문을 받았다. 우주를 왜곡하지 않고 최대한 사실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소품들은 NASA가 실제로 사용하는 첨단 소재로 만들어졌고, 우주복 역시 특수소재로 제작됐다. 영화 속 우주선의 기초 설계 도면은 아폴로 우주선 도면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우주에서의 청각적 사실감도 높였다. 가장 진보한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를 더해 우주를 완성했다. 《기생충》 《부산행》을 작업한 최태영 사운드 슈퍼바이저가 달에서의 소리를 현실적으로 구현해냈다.
《더 문》이 우주에 고립된 대원의 생존기라는 점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마션》(2015)과의 비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모두가 안 된다고 예상했던 판타지 장르인 《신과 함께》를 통해 2670만의 관객을 사로잡은 김 감독이 이번에는 우주에 관객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개봉 전부터 전 세계적 흥행도 기대된다. 《더 문》은 이미 해외 155개국에 선판매됐다. 내달 2일 한국에서 먼저 공개된 뒤, 8월9일 싱가포르·필리핀, 10일 말레이시아, 17일 호주·뉴질랜드, 18일 미국·캐나다·대만, 26일 태국에서 개봉된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 변호사야”…교사들이 증언한 ‘학부모 갑질’의 현실 - 시사저널
- 전 부인 탓하던 도연스님, ‘출가 후 둘째아이 출산’ 사실이었다 - 시사저널
- 원정 성매매로 자산 탕진한 40대…女 ‘일타강사’ 납치·강도 시도 - 시사저널
- 대법 “불륜 의심 배우자 통화내역, 통신사가 제출해야” - 시사저널
- “출국 땐 에코백” ”‘실업급여로 샤넬’ 조롱하더니”…김건희 여사에 뿔난 여론 - 시사저널
- “우리 당이 총선에서 무조건 집니다” - 시사저널
- 또 다시 반복된 尹대통령의 ‘순방 잔혹사’ - 시사저널
- 故박원순 아들, 11년 만에 또 신검…法 “모독 말라” 피고인 질타 - 시사저널
- ‘왜 잠이 안오지?’…당장 확인해봐야 할 3가지 - 시사저널
- ‘이건 다이어트 식품이라 괜찮아’…예외인 경우 셋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