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류승완 감독 "김혜수·염정아 물 공포 반응, 감동으로 오해"[인터뷰]②

김보영 2023. 7. 2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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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밀수’로 첫 수중 액션 활극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류승완 감독이 수중 공황상태와 물 공포증을 딛고 영화를 멋지게 빛낸 주인공 김혜수와 염정아를 향한 신뢰와 존경, 고마움을 전했다. 이와 함께 ‘밀수’의 출연 제안을 위한 첫 미팅 때 두 사람의 반응을 ‘감동’(?)으로 오해했던 일화를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류승완 감독은 ‘밀수’의 개봉일인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밀수’는 바다에 건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밀수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베테랑’, ‘모가디슈’ 등으로 액션 장르의 정점을 찍은 류승완 감독이 이번엔 ‘바다’를 배경으로 수중 액션 활극을 시도했다.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김혜수, 염정아 투톱 여성 주연을 내세운 상업영화로도 주목받았다. 김혜수와 염정아의 진한 워맨스는 물론, 남녀 불문 극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존재감을 뚜렷히 뽐내는 캐릭터 오락 액션으로 입소문을 타 시사회 이후 호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함께 한국 영화 ‘빅4’의 첫 타자로 관객들을 먼저 만난다. 개봉일인 이날 오전 43.2%의 압도적인 비율로 전체 예매율 1위, 예매 관객 수 25만 명 가까이 기록하며 흥행 신호탄을 순조롭게 쏴 올렸다.

국내 액션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류승완 감독에게도 ‘밀수’의 수중 액션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류승완 감독은 “수중액션은 내가 ‘밀수’를 찍기로 결정했던 이유 중 하나”라며 “오랜 시간 액션 영화를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작품을 만들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시대를 바꿔도 보고, 공간을 바꿔보고, 인물의 직업을 바꿔가며 새로운 액션을 선보이려 시도하곤 한다. 총도 들고 칼도 들고 싸우게도 해봤지만 물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펼치는 건 스스로에게도 새로웠던 도전이었다. 어떻게 선보일지 가늠조차 안 됐던 영역”이라고 털어놨다.

생계를 위해 생필품을 건지는 ‘해녀들’이란 지극적 현실적 인물들이 주인공들이 그릴 액션이라 더욱 흥미가 갔다고. 류 감독은 “해녀들은 SF 영화 주인공들처럼 특수 훈련을 받은 존재들이 아니지만, 저에겐 해녀들의 능력이 거의 초능력자에 가깝게 느껴졌다. 실제 해녀들이 기록하는 잠수 기록들만 봐도 놀라울 정도”라며 “생존을 위해 스스로 능력의 임계점을 벗어난 존재다. 그런 인물들이 펼칠 액션은 새로울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액션의 환경이 ‘물’이란 새로운 공간이다보니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다양한 구도와 움직임의 액션 장면들이 탄생했다고. 류승완 감독은 “중력의 저항을 안 받는 바닷속이라 수직임의 움직임이 더 생길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액션 영화를 찍을 땐 멋져보이기 위해 고속 촬영을 활용하는데 물 속에선 움직임이 느려져서 고속촬영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그런 요소들이 충분히 내겐 새롭게 느껴져 시도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밀수’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류승완 감독이 김혜수와 염정아의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들어갔던 작품. 류승완 감독은 두 사람의 캐스팅 과정에서 수중액션이 뜻밖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수중액션이 메인인 영화인데 정작 주연인 김혜수와 염정아가 물 속에서 촬영하기 여의치 않은 컨디션에 있음을 뒤늦게 안 것. 앞서 김혜수는 인터뷰를 통해 ‘도둑들’ 촬영을 계기로 물 속에서의 공황상태를 경험했고, ‘밀수’ 촬영에 들어갈 당시에만 해도 공황상태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지만 동료들의 에너지로 이를 극복해 수중 훈련을 마쳤다고 고백한 바 있다. 염정아 역시 ‘밀수’ 전까지는 물 공포증 때문에 수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류승완 감독은 “첫 미팅 때 사무실에 두 분을 불러 바다와 해녀들이 나오는 영상을 보여드린 적이 있다”며 “내 딴에는 이 영상들을 보여주면 ‘배우들이 너무 하고 싶어 못 빠져나가겠지?’ 생각하며 준비한 회심의 카드였다”고 고백해 폭소를 유발했다.

그는 “당시 영상을 본 두 분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이 뚜렷하다. 당시 두 분이 멍한 표정을 지으셨는데 난 속으로 두 사람이 감동해서 그런 표정을 지은 줄 알았다”며 “‘이렇게까지 감동할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더라. 정아 씨는 수영을 하나도 못해 고민한 것이고, 김혜수 선배님은 그 화면 속 물만 보고 공황상태가 오신 거였다. 두 분이 그런 상태였다는 걸 며칠 내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아무래도 두 분이 고민이 많으셨을 거다. 무턱대고 하겠다고 했다가 프로덕션에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쉽게 선택을 못하셨을 것이다. 우리도 처음엔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이 영화가 엎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고 당시의 아찔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김혜수와 염정아 두 배우가 모두 ‘일단 해보겠다’고 캐스팅을 승낙했고, 보란 듯이 멋지게 수중 액션을 소화해낸 배우들을 보며 감탄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류 감독은 “영화 ‘바빌론’을 보면 극 중 배우인 브래드 피트가 술에 절어 걷지도 못하는 상태에도 슬레이트를 치는 순간 역할에 몰입해 연기를 소화해내는 장면이 있다. 장면을 끝내고 다시 술에 절어 뻗는 장면”이라며 “내가 아는 배우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내가 만난 배우들은 어떤 악조건에 놓여있어도 자신들이 하겠다 마음을 먹으면 그걸 해내는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두 분을 전적으로 믿었다”고 배우들을 향한 신뢰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김혜수 선배님과 염정아 씨는 수십년 간 활동을 통해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증명해왔던 배우들”이라며 “함께 해녀로 활약한 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놀라웠다. 김재화 배우와 박준면 배우는 거의 선수 수준으로 물 속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 주보비 배우와 박경혜 배우도 물 공포증에 수영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데도 ‘일단 수영할 줄 안다’며 촬영에 임한 것이었다”고 감탄을 보냈다.

또 “특히 박경혜는 처음에 물 속에서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러다 수중 훈련을 거쳐 테스트 촬영을 했을 땐 물 속을 너무 아름답게 움직여 지켜본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며 “‘밀수’가 본의 아니게 수영강습 영화가 된 셈이다. 현장 자체가 활기가 넘쳤다. 주부노래교실처럼 서로를 응원하고 붇돋는 분위기였다. 지금도 배우들 모두에게 고맙다”고도 전했다.

한편 ‘밀수’는 오늘(26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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