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에 얼굴 새빨개져 자책하더니…혼신의 질주, 기어코 역사에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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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어려운 바운드였어."
두산 베어스가 지난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5-2로 승리하고 10연승을 달린 직후였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25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 이유찬을 9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덕분에 두산은 이어진 2사 2, 3루에서 허경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뽑을 수 있었고, 8-5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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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괜찮아. 어려운 바운드였어."
두산 베어스가 지난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5-2로 승리하고 10연승을 달린 직후였다. 더그아웃에는 얼굴이 새빨개진 2루수 이유찬(25)이 조성환 수비코치 앞에서 자책하고 있었다. 이유찬은 9회 1사 후 박찬호의 땅볼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마무리투수 홍건희가 다음 2타자 최원준과 김도영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경기 결과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이유찬 스스로 실책을 납득하기 어려워 보였다. 조 코치는 그런 이유찬을 다독이며 실수를 통해 성장할 내일을 강조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25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 이유찬을 9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1루수 양석환이 지명타자로 나가면서 강승호에게 1루를, 이유찬에게 2루를 맡겼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대 투수 상대 전적 등을 고려한 라인업이었겠으나 이 감독은 실책한 바로 다음 경기에 이유찬 스스로 만회할 기회를 줬다.
이유찬은 두산의 구단 최초 11연승 역사에 감초 같은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두산이 이미 6-0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은 뒤였다. 6회말 1사 후 롯데 2번째 투수 진승현을 상대로 중견수 왼쪽 안타를 뺏었다. 볼카운트 1-2로 불리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커트하며 버텼고, 6구째 커브를 공략해 중견수 왼쪽 안타를 때렸다. 지난 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17일 만에 나온 안타였다.
어렵게 출루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까지 연결했다. 이유찬은 1사 1루 정수빈 타석 때 적극적으로 2루를 훔칠 준비를 하며 진승현을 흔들었고, 결국 1루 견제를 시도한 진승현의 악송구가 나왔다. 이유찬은 공이 빠지자마자 2루를 돌아 3루까지 순식간에 내달렸다. 장마철 습하고 무더운 날씨는 잊은 혼신의 질주였다. 평소 발에 자신 있는 이유찬도 3루에서 허리를 숙이고 숨을 골라야 했을 정도였다. 덕분에 두산은 이어진 2사 2, 3루에서 허경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뽑을 수 있었고, 8-5로 이겼다. 이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순간이었다.
이유찬은 올해 두산이 주전으로 키우고 있는 내야수다. 호주 스프링캠프부터 박계범, 안재석, 강승호 등 팀 내 20대 내야수들과 치열하게 경쟁했고, 개막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타격 성적은 75경기 타율 0.246(187타수 46안타), OPS 0.637, 16타점, 21득점으로 눈에 띈다고 표현하기 어려우나 현재 두산 내야의 짜임새를 고려하면 없으면 안 되는 존재다.
이 감독은 이유찬을 말할 때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당장 주전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고, 이유찬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박수받지 못할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 코치는 "이유찬만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있다. 남들이 잡지 못하는 공을 잡는 능력이 있다. 시즌 초반에는 몇 번을 안 잡고 (동료들에게) 미루길래 '미루지 말고 다 잡아'라고 했다. 그랬더니 진짜 다 잡더라"며 웃었다.
이어 "(이)유찬이는 좋은 선배들을 볼 시간이 있었다. 더그아웃에서 직접 앉아서 (허)경민이 (김)재호, (오)재원이, (오)재일이까지 내야가 딱 짜여 있을 때 봤으니까.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언젠가는 선배들과 같은 평가를 받는 선수로 성장하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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