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병을 접대에 끌어쓴 육군 9사단 지휘부…군인권센터 “명백한 부조리”
육군 제9사단 지휘부가 병사들 복지시설인 복지회관에서 메뉴에 없는 음식을 주문하는 등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6일 오전 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제9사단 지휘부가 복지회관인 ‘백마회관’에서 갑질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복지회관은 부대에서 운영·관리하는 ‘편익부대 복지시설’로, 음식점과 숙박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부대 밖으로 멀리 나가기 어려운 장병들이 가족 면회, 외박 때 주로 사용한다.
센터에 따르면 전임 9사단장인 김진철 현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장과 정광웅 현 사단장 등 사단 지휘부는 회관을 개인 레스토랑처럼 사용했다. 메뉴판에 없는 16첩 한정식·과메기·대방어회 등을 요구하거나, 지휘부가 식사할 때마다 사병들이 직접 만든 수제 티라미수를 요구하는 식이었다. 행정부사단장은 지난달 삼겹살 메뉴에 수제 티라미수가 제공되지 않자 “미리 얘기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병들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조선대학교 학군단 출신인 김 전 사단장은 지난해 8월에도 사적인 업무에 군인들을 동원했다고 센터는 주장했다. 당시 회관에서 진행된 대학 동문회에서 병사들은 직접 만든 티라미수 위에 조선대 로고 모양으로 초콜릿 가루를 뿌리고 소주병에 ‘조선대학교’ 스티커를 붙여야 했다고 한다.
센터는 지휘부가 2022년 10월부터 지난 7월15일까지 회관에서 총 120회 모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중 메뉴판에 없는 메뉴를 주문한 것이 12회, 수제 티라미수를 받은 것이 45회, 다른 특별 디저트를 받은 것이 21회, 일반 손님에게는 주문받지 않는 양식 코스를 주문한 것이 11회에 달했다. 특별 메뉴는 지휘부 일행 외 회관을 이용하는 일반 손님들에게는 제공된 적이 없다.
회관에는 사단 지휘부만 이용할 수 있는 VIP룸이 따로 있으며, 사단장이 참석하는 식사 때는 평소와 달리 사기그릇과 꽃 모양으로 접은 냅킨이 차려진다고 한다.
지휘부가 사적 용도로 복지회관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복지회관은 현역 군인이나 군무원·예비역 등 이용 자격이 있는 이와 함께 이용할 때만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사령관은 본인은 참석하지 않은 채 민간인 교회 장로가 주관하는 12명 식사 자리를 자기 명의로 예약했다고 한다. 또 자신이 다니는 교회 목사와 회관에서 가족동반 모임을 하며 수제 티라미수를 받는 등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사단 주임원사 또한 민간인인 지인의 상견례를 위해 VIP룸을 예약한 뒤 양식코스를 대신 주문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회관에서 일하는 사병들은 격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루 평균 2시간씩 초과근무를 하며 주 68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병사 1명은 무릎에 물이 차 병원에 입원했다.
센터는 9사단이 육군 복지업무규정을 위반해 회관병을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마회관의 회관병 TO는 2명인데 현재 10명이 근무 중이다. 군 지휘부 특혜성 식사 준비를 위해 편제에도 없는 병사 8명이 추가로 동원됐다는 것이다. 9사단은 오는 8월 치킨집을 입점시켜 직영 운영할 계획인데, 이 경우 사병들이 직접 닭을 튀기게 된다고 한다.
임태훈 센터 소장은 “복지회관은 고생하는 장병 복지 향상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식사와 숙소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9사단 지휘부는 이런 점을 이용해 싼값에 황제 식사를 받고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혜택을 나눴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려 입대한 병사들을 자기 집 요리사처럼 부려먹었다는 점에서 명백한 부조리이자 갑질”이라고 했다. 김형남 센터 사무국장은 “복지회관의 민간위탁을 국방부 차원에서 빠르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9사단 지휘부는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목숨을 잃은 해병대 소속 고 채수근 상병의 장례일인 지난 21일에도 참모장 전역을 이유로 백마회관에서 음주회식을 했다고 한다.
육군은 이날 오후 입장을 내고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복지회관 운영에 관해 제기된 사안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부분에 대해선 법과 규정에 의거해 필요한 조치를 엄정하게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육군 내 모든 복지회관을 점검하고 회관병들의 복무 여건과 근무환경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면서 “이번 사안을 모든 복지회관들이 그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되는지 점검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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