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운영 연장”…‘오송참사’ 유족들 유가족협의회 구성
14명이 희생된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유가족들이 유가족협의회를 구성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26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협의회 측은 “우리는 모두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평화로운 일상도 깨졌다”며 “이들을 살리지 못한 죄스러움에 가족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는 폭우로 인근 제방이 터지면서 미호강 하천수가 궁평2지하차도로 유입돼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유가족협의회는 “희생자 14명 등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책임자들은 ‘참사 보고를 못 받았다’ ‘현장에 간다고 달라질 게 있었냐’ 등의 말로 유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며 “이들의 사과도 면피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충북도가 설치한 합동분향소 존치 기간을 1개월 연장하고 제방 붕괴, 도로 미통제 등 사고와 관련한 모든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또 수사 과정에 대한 정기적 공유, 재발 방지 대책, 유가족 심리치료 지원 강화, 추모 시설 설치 등도 요구했다.
유가족협의회의 공동대표를 맡은 이경구씨는 “도청에 설치된 합동분향소 철거 예정일이 바로 오늘”이라며 “충북도가 합동분향소를 정리하려는 건 빠른 흔적 지우기”라고 주장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번 참사로 조카 안모씨(24)를 잃었다.
이어 그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겠다지만 언제나 용두사미로 끝나고, 결국 일선 담당자만 처벌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봐왔다”면서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진상 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의 장비 부족으로 적절한 구조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와 침수 버스 내 블랙박스 영상 공개 등도 요구사항으로 전달했다.
이 공동대표는 “14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충북도는 유가족들의 요청을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 우선 이날까지였던 합동분향소 운영 기간을 오는 29일까지로 연장한다.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궁평2지하차도에 자동통제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유가족 심리 치료비 지원과 희생자 추모비 건립도 검토 중이다.
이날 오전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둘러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도청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장관은 언론들과 인터뷰 자리에서 “지하차도 사고 현장을 다녀왔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수사 과정을 지켜보고 결과에 따라 최선의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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