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꿈'까지 소환한 윤석열 대통령 멘토 신평
풍수·관상가 국정 운영 개입 논란에 공방 이어져
CBS '한판승부' 출연 신평 "인간은 영적인 존재"
"박근혜 탄핵 예측한 백재권, 통찰력 있는 인사"
진중권 "허경영도 같은 말…챗GPT시대에 무속?"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이자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가 대통령 관저 이전에 풍수 전문가가 개입한 의혹에 “이순신 장군도 꿈에 따라 전투 대형을 정해 싸웠다”고 반박해 구설에 올랐다.
신 변호사는 25일 오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나라 일에 풍수 전문가나 관상 보시는 분이 관여하면 안 되느냐”며 “백재권 선생에 대한 신뢰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통령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봤다는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 결과, 실제 공관을 방문한 인사는 천공이 아닌 풍수·관상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로 나타났다. 천공 개입 의혹은 벗었지만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무속에 의지한다는 세간의 의심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신 변호사는 이날 방송에서 인간 이성은 불완전하다며 “현대 과학에서 보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너무 작고 미약하고 연약한 것”이라며 “인간의 정신세계, 인간의 어떤 정신이 우리가 갖고 있는 한계를 뛰쳐나와 힘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신 변호사는 “인간은 영적인 존재”라며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한번 읽어보라”며 “죽고 사는 그런 전투의 한계 선상에 있던 이순신 장군은 밤에 꿈을 꾸는데, 신인(神人·신과 같이 신령하고 숭고한 사람)이 나타나 무슨 말씀을 한다. 이순신 장군이 그 꿈에 따라 전투 대형을 정하고 싸우는 상황이 부지기수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을 무속에 빠져 전쟁을 수행한 형편없는 인간으로 몰아붙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변호사의 비상식적 주장에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우리나라 국방부가 전투 작전을 그렇게 짜면 괜찮겠느냐”며 “합동참모본부나 육군 대장이 꿈에서 본 진형을 짠다면, 이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신 변호사는 “인간은 영적 존재로서 때때로 예지와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 어떤 위대한 통찰력에 의해 인류 역사가 많은 진보를 이뤄온 것도 사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때로는 '영적 힘'에 의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취지다. 진 교수는 “그런 위대한 영적 지도자가 나타나면 끔찍할 것 같다”며 “500년 전에는 가능할지 몰라도 지금은 21세기 디지털 시대, 챗GPT가 있는 시대인데, 그걸(무속 의존) 계속 하겠다는 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신 변호사는 “지금 인류는 갓난아이에 불과하다. 너무나 많은 미지의 세계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며 반지성적 주장을 이어갔다.
신 변호사는 풍수·관상가 백 교수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는 분”이라며 자신이 친구에게 들은 전언을 밝혔다. 그는 “내 친구한테 들은 얘기다. 백재권 선생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인 신분일 적에 내 친구한테 찾아와 '박 대통령 당선인은 범상인데 앞으로만 나갈 줄 알지 뒤를 돌아볼 줄 모른다. 저렇게 하면 반드시 임기 중에 변을 당할 것'이다(라고 말했다.)…(중략)…대체로 보면 당시 백 선생이 말한 것은 상당한 통찰력에 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교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변을 당할 것이라 했고, 실제 탄핵을 당했으니 백 교수가 신통하다는 논리다. 이에 진 교수는 “허경영도 같은 말을 했다”며 “허경영은 더 구체적이었다. 말년에 가면 난리가 나고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길바닥으로 나온다고 그랬다”고 했다.
실제 허경영씨는 2012년 12월 인터넷매체 인터뷰에서 “이 정국이 5년은 가지 못하고 무언가 문제가 올 것”이라며 “국민은 들고 일어나고, 촛불 집회가 일어나고 (대통령은) 빨리 물러나려 하고, 그것을 개헌 정국으로 (포장)해서 덮으려 하는 형국이 전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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