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사용료 과다 청구 ‘음저협’…과징금 3억4천만원·고발

공정위,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검찰 고발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건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방송사를 상대로 과다한 사용료를 요구해 경쟁사의 사업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3억4천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검찰에 고발 조치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88년 이후 음저협이 독점해온 음악저작권 위탁관리 서비스 시장에 2015년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함저협)가 신규 진입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사용료를 나눠 징수하도록 했지만, 음저협이 이를 무시하고 사용료를 과다 청구했다”고 26일 밝혔다.

음악저작권 신탁관리 서비스는 작곡·작사·편곡자 등 음악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을 신탁받아 방송사 등 이용자에게 음악 이용을 허락하고 사용료를 징수해 저작권자에게 분배하는 서비스다. 2015년부터 관련 시장이 독점체제에서 경쟁시장으로 바뀌자 문체부는 음악 이용자들이 사용료를 중복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징수 규정을 개정해 위탁관리 사업자가 관리하는 저작권 비율에 따라 사용료를 분배하도록 했다.

하지만 음저협은 총 59개 방송사에 방송사용료를 청구·징수하면서 기존에 독점적으로 방송사용료를 징수할 때 적용한 관리비율을 그대로 적용(100% 또는 97%)하거나, 자신이 임의로 과다하게 정한 관리비율을 적용(97.28%, 96%, 92%)했다.

음저협은 자신이 정한 사용료를 수용하지 않은 방송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6년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당시 법원이 판단한 음저협의 관리 비율은 80.44∼85.58%였다. 음저협은 유료방송 사업자(SO), 위성방송 사업자 등에도 음악저작물 사용금지 요구, 사용료 인상, 형사고소 예고 등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사용료를 내도록 압박했다.

현재 위탁관리 서비스 시장에는 음저협 외 함저협, 모두파인드 등 모두 3개 회사가 경쟁하고 있는데, 함저협은 일부 방송사로부터 방송사용료를 전혀 징수하지 못했고, 출범 이후 계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4천만원(잠정)을 부과했고, 음저협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저작권 분야에서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다. 육성권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러한 음저협의 행위가 거래상대방인 방송사에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타당성이 없는 조건을 제시한 행위이고, 그 결과 경쟁사업자인 함저협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