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위가 반기업? 누굴 대변하는지 묻고 싶다"

김도연 기자 2023. 7. 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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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지웅 민주당 전세사기고충센터장
'을지로위 저격' 민주당 여선웅에 반박 인터뷰
"누구 대변하는지 의문…존엄 울타리 다시 쳐야"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채 당직자 출신인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39)이 '반(反)기업 정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권지웅 을지로위 정책위원(35)은 고개를 갸웃했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만난 권 위원은 “정치 역할은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데 있고, 을지로위는 그나마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조직”이라고 반박했다. 여선웅 전 정책관은 지난 13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현재 을지로위가 하고 있는 업무 대부분은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가 맡으면 된다”며 “을지로위가 노동 이슈를 주도하며 당 전면에 나서는 것은 문제다. '노동'이 민주당 간판이 되면 국민 50% 이상의 지지가 필요한 전국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승합차(11~15인승)를 활용한 차량 호출 플랫폼 '타다'에서 근무했던 여 전 정책관은 과거 민주당이 '타다금지법' 통과를 주도한 것을 비판하며 “민주당이 '친기업'으로 가야 한다. 운동권 세대들이 생각하는 기업상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재벌'인데, 너무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고충 접수센터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에 관해 권 위원은 “여선웅 전 정책관 주장을 보면, '을지로위는 노조와 가깝다' 이상의 비판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기업 관계자와 협의하여 조정할 무언가가 있듯, 노조와도 협의하고 조정할 것들이 있다. 노조와 같이 일할 때도 있고 다툴 때도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 운영자와 일할 때도, 다툴 때도 있다. 을지로위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말하지 않고 집단 전체를 구태로 낙인찍고 배제하는 식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을지로위는 2013년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파견 노동자 등 우리사회 '을' 위치의 서민과 노동자들을 대변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조직으로 현재 민주당 의원 77명이 소속돼 있다. 을지로위 위원장은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박주민 의원이다. 노동 이슈뿐 아니라 전세 사기,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가계 부채 문제를 이슈화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권 위원은 “을지로위 활동을 '노사 문제'로만 국한하는 건 잘 모르고 하는 말씀”이라며 “이를 테면, 을지로위는 롯데헬스케어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와 아이디어 도용 의혹을 점검해왔으며, 코로나 시기 이후 늘어난 가계 채무 해결을 위해 민생채무 희망플러스 상담센터도 개소해 활동하고 있다. 을지로위가 무조건적으로 노동자 편에 선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권 위원은 현재 을지로위 산하 '전세사기 고충 접수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지난 4월24일 개소한 센터엔 950여 건의 전세 사기 피해 고충이 접수됐다. 권 위원은 “피해자들은 국가가 공인한 부동산 중개사들을 믿었고 국가가 보증한 은행권을 신뢰했으나 사기 피해를 입게 됐고, 극단의 상황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는 '우리가 개입할 일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방조하고 있다”며 “전세 사기는 끝이 아니다. 앞으로 위험이 더 커질 것이다. 2021년 말, 2022년 초 계약한 분 가운데서도 피해 사례가 나오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최근 대전에서 열린 간담회 현장은 신규 피해자 200여명으로 가득 찼다”고 전했다.

▲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이 중앙일보 칼럼으로 을지로위원회를 비판하자 권지웅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책위원이 반박에 나섰다. 사진=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그는 '노동은 표가 안 된다'는 취지의 여 전 정책관 발언을 겨냥해 “민주당이 독재에 저항했던 운동권 세력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있다”며 “전세 사기처럼 구체적 위험을 겪고 있는 이들의 피해를 살피고 존엄을 보장하려 노력하는지가 유권자 민심을 살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전세사기고충센터장을 하면서 만나는 피해자 분들은 진영화한 분들이 아니에요. 이들 마음을 사야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을지로위가 민주당 전면에 서지 못해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은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대구에서 만난 한 전세 사기 피해자 분은 '민주당이 이런 활동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며 지지 정당을 바꾸겠다고도 하셨어요. 일반화할 수 없는 사례일지라도 정치 본연의 역할인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에 민주당이 전념해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국민의힘 청년 정치는 민주당보다 역동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의원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내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나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대표적이다. 반면 민주당 젊은 정치인들은 조국 사태나 이재명 사법 리스크 이슈에서 침묵하거나 뒷북 대응을 보여 비판을 받아왔다.

권 위원은 “나를 포함한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며 “현재 민주당 청년 정치인이 누굴 대변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나이가 어린 청년이라는 '존재'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청년 정치라는 것이 누구를 대변하고 있고 어디까지 확장할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여 전 정책관에게 묻고 싶은 것도 현재 본인은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지예요. 국회 입법으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시민들을 대변하고 있는 건가요? 누굴 대변하고 있다는 거죠? 아니면 기존 택시업계의 기득권을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모습을 보인 적 있었나요? 그의 정치도 여기에 답해야 할 거예요.”

▲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고충 접수센터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민달팽이유니온 시민활동가 출신인 그는 2020년에 이어 내년 총선에도 출마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 불평등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협업할 동료 세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권 위원은 “2023년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건 불평등으로 발생하는 존엄 문제다. 민주당은 국민 다수가 느끼는 '뒤처지면 죽는다'는 불안의 감각을 다루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내년 총선, 전당대회, 지방선거, 대선까지 불평등 문제를 풀 수 있는 세력을 규합해 민주당이 신뢰를 얻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존엄의 울타리를 다시 쳐야 해요. 4인 가구, 정규직 노동, 자가 보유 등 30~40년 전에 만들어진 기준에 너도 들어갈 수 있다고 거짓말해선 안 되죠. 지금은 1~2인 가구가 다수예요. 4인 가구가 정상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1인 가구를 포함한 가구 구성, 즉 새판을 짜야 한다는 거죠. 과거에는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고 자기 주택을 갖는 게 기본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요. 비정형 노동자도 제도에서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세입자로 살더라도 주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제도를 새로 구축해야죠. 그래서 존엄 만큼은 차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정치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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