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아이 혼자 소아과 보낸 부모…의사들 "아동학대 고발"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아동방임·학대혐의 고발방침"
논란 확산하자 보호자 보건소에 제기한 민원 취하

[서울=뉴시스]동네에서 한곳뿐인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보호자 없이 병원을 찾은 9살 아동을 돌려보낸 뒤 보호자의 민원에 시달리자 병원 문을 닫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페이스북 캡처 화면)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동네에 한 곳뿐인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보호자 없이 병원을 찾은 9살 아동을 돌려보낸 뒤 보호자의 민원에 시달리자 결국 병원 문을 닫겠다고 밝힌 가운데, 소아과 의사들이 아동의 보호자를 아동방임 및 학대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26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되는 9세 아이를 혼자 소아청소년과에 보내고 보건소 신고에 이어 맘카페에 거짓말까지 한 사람을 의사회 차원에서 아동학대와 방임으로 형사 고발할 방침"이라고 알렸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아홉살짜리 아이 혼자 진료 받으러 왔길래 부모에게 전화하라고 했더니, 부모가 보건소에 진료 거부로 신고해서 보건소 공무원이 진료 거부 조사 명령서를 가지고 나왔다는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며 “이 후배는 소아청소년과가 잘 운영되는데도 불구하고 접고 아이들 안 보는 일을 할 계획"이라고 썼다. “이 지역의 소아청소년과는 여기밖에 없다”고도 밝혔다.

한 맘 카페에는 홀로 병원을 찾은 아동의 보호자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A씨는 "병원에서 만 14세 이하는 보호자 없이 진료 볼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힘들어 했고, ‘근무 중이라 바로 못 가니 차라리 뒤로 순서를 옮겨주실 수 없느냐’고 했더니 ‘이미 접수 마감이라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아이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제 퇴근 시간에 맞춰 다른 의원으로 갔다. 병원 가서 열 쟀더니 39.3도였다”며 “이거 당장 어디에 민원을 넣고 싶다. 우선 내일 보건소에 전화해보려 한다”고 했다.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해당 글이 온라인에서 널리 퍼지자 해당 병원 원장이라고 밝힌 B씨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B씨는 "1년 전 내원했던 환아인데 아이만 왔고 잘 이야기도 못해 접수 직원이 보호자에게 전화했다”면서 "접수 직원이 원장 방침이 14세 미만은 응급상황인 경우 말고는 보호자가 있을 때 진료하니 30분 정도 시간 드릴테니 오시면 바로 진료 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에 가서 증상이 바뀌면 또 말을 바꿔 책임을 물어올 게 뻔하다”며 “최선은 보호자가 빠른 시간 내 와주는 건데, 의무와 최선을 선택하지 않고 남 탓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건소 직원도 의료법상 14세 미만을 보호자 없이 진료 봐주지 말라는 명시 조항이 없어 자기들은 의료법 기준으로 행정지도 관리할 수 밖에 없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며 “이젠 더 이상 소아진료를 하면 안 되겠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아동의 보호자는 보건소에 제기한 민원을 취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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