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충돌·인력 확보…조인트벤처 HR의 역할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로 대표되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많은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실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조직을 성장시켜 온 비즈니스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의 역량 강화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위축 심리와 겹치면서, 비용 절감과 혁신을 위한 투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구조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내부 조직역량만으로는 VUCA 경영환경을 적절히 타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게 된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한 자생적 성장(Organic Growth)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에 관심을 쏟고 있다.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고 기존에 없는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최근 머서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경영진의 40%는 타 기업과 손을 잡는 전략적 제휴로 조직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전략적 제휴를 유의미한 사업 수단으로 고려할 만큼 조직 규모가 크고 재무적 안정성이 있는 기업 수를 감안한다면 매우 높은 비중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자원 또는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로 활용되는 방식 중 하나가 조인트벤처(Joint Venture)다. 조인트벤처는 2개 이상의 기업이 상호 출자하여 특정한 사업을 공동으로 실현하기 위해 구성한 계약 법인체다. 서로 다른 기업이 투자·개발·마케팅·손익분담 등을 포함해 하나의 회사처럼 협력관계를 맺고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해 비즈니스를 운영한다.
조인트벤처는 불확실한 미래를 타개하고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실을 살펴보면 성공적인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질적 문화와 조직운영 방식을 보유한 양 출자회사가 합심하는데 있어 난관에 부딪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 설립 초기 단계부터 지배구조와 인력운영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요구된다.
합작법인에서 흔히 발생하는 이슈 중 하나는 거버넌스 문제다. 의사결정 시 출자회사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출자회사 간 의견이 쉽사리 조율되지 않아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체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안건 별 의사결정 주체와 프로세스가 불명확한 경우 발생하며, 자칫 출자회사 간 파워 게임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합작법인 경영권은 출자회사간 합의를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대체적으로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된다. 다만 이사회는 양 출자회사의 최고경영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실제 의사결정 시 행정적 부담이 많고 시간적 제약도 존재한다. 이는 자칫 의사결정 지연으로 이어진다.
물론 합작법인 설립 시 주주협약을 근거로 기본적인 의사결정 틀을 마련하나 실제 운영에는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주협약서가 양 출자회사의 기본적인 책임만을 기재하는데 그치며,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보다 세부적인 권한 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주 계약이 완료된 후, 빠른 의사결정과 체계적인 법인 운영을 위한 세부적인 권한 설정이 필요하다.
이에 위임전결규정(Delegation of Authority)을 정립하여 양 출자회사의 책임과 권한을 확실히 정의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가령, 주주협약서에는 임원 선임권에 대해서만 명시하고 있다면, 위임전결규정에서는 임직원에 대한 승진, 평가, 보수 등 이후 발생하는 인사 사이클 상 요구되는 의사결정의 주체를 정해 출자회사간 불필요한 마찰을 사전에 예방하도록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새로운 의사결정 그룹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양 출자회사의 키맨(Key Man)을 중심으로 구성된 커미티(Committee) 체계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합작법인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기술, 운영, 인사 등 전문 커미티를 구성하고, 양 출자회사에서 인정한 소수 전문가 집단이 커미티 활동을 통해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형태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사회에서는 합작법인의 존속에 영향을 주는 지분 이동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고, 각 전문 분야별 사안에 대해서는 커미티에서 담당함으로써 보다 민첩한 운영을 도모할 수 있다.
조직 거버넌스와 의사결정 체계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다음 과제는 인력에 대한 고민이다. '합작법인에 누구를 배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합작법인은 대체적으로 신설 조직으로 고용 브랜드나 안정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로 인해 초기에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출자회사에서 합작법인으로 인력을 전환(Permanent transfer)하거나 일시적 파견(Short-term assignment), 혹은 겸직(Concurrent position)하는 방식을 우선 고민한다.
이러한 방식은 출자회사의 핵심역량을 합작법인에 직접적으로 이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출자회사의 구성원들이 신설법인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니즈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고, 파견이나 겸직 방식의 경우에는 적임자 확보는 비교적 쉬울지라도 한시적인 방법이기에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서 인력 공백 현상에 노출되기 쉽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많은 기업들은 출자회사 인력활용과 합작법인 자체 채용을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인력 운영방식을 주로 모색하는 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신설 합작법인은 채용 브랜드가 약해 인력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어떤 가치를 어필하여 우수 인재를 확보할지를 선제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합작법인 운영은 전력질주가 아닌 오래 달리기에 가깝다. 하지만 아쉽게도 조인트벤처 초기 단계에서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마음에 소유권 분할은 어떻게 할 것인지, 주요 경영진 포스트에는 누구를 앉힐 것인지, 지적재산권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과 같은 이권 다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러한 사항들도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사업 성공과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합작법인의 조직운영과 인력확보 이슈도 이에 못지 않은 관심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파워게임, 느린 의사결정, 사업수행 주체의 불명확 등 흔히 발생하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조직·인력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사업을 견인할 수 있는 조직 및 인력운영체계가 확보되었을 때 조인트벤처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더욱 오래, 그리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김태형 MERCER Korea 수석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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