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지도사부터 프레시 매니저까지…MZ세대, 회사 밖으로 뛰쳐나온 이유 [New &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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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상조 장례지도사 신철범(33)씨는 인천 및 서울 서북부 지역에서 활동 중인 8년차 베테랑이다.
장례지도사부터 프레시 매니저까지 육체노동의 고단함, 혹은 직업을 향한 편견 때문에 중년의 생계형 일자리로 여겨졌던 직업이 최근 MZ세대 구직자에게 각광받고 있다.
21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에서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딴 사람은 711명으로 이 중 301명(42.3%)이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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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적 삶·자아실현 욕구 커져
보람상조 장례지도사 신철범(33)씨는 인천 및 서울 서북부 지역에서 활동 중인 8년차 베테랑이다. 친척의 권유로 스물여섯 살에 일을 시작한 그는 누군가의 '아름다운 이별'을 돕는 데 보람을 느껴 일을 이어가게 됐다. 다른 산업은 기계화, 자동화가 많이 이뤄져 있지만 장례지도사의 업무는 사람의 손길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남다른 책임감마저 느껴졌다고 한다.
죽음을 다루는 장례지도사는 과거 중년들이나 구직이 어려운 이들이 하는 직업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상조업계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장례지도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신씨는 2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요즘엔 장례지도사를 양성하는 대학 학과나 교육원 프로그램도 잘 돼 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장례지도사라는 직업도 쉽게 접할 수 있다"며 "직업의 인지도는 올라가고 편견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성 높고 수요 많아…장례지도사 택하는 이유
장례지도사부터 프레시 매니저까지… 육체노동의 고단함, 혹은 직업을 향한 편견 때문에 중년의 생계형 일자리로 여겨졌던 직업이 최근 MZ세대 구직자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전문성이 있어 벌이도 나쁘지 않고 몇몇 직업은 근로 시간 조정도 쉬워 다른 일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장례지도사는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최근 유망 직종으로 떠올랐다. 21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에서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딴 사람은 711명으로 이 중 301명(42.3%)이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32%)보다 10%가량 늘어난 수치다.
'웰다잉'(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례지도사를 전문직으로 여기고 진출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보람그룹 관계자는 "사망자 수가 매년 증가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2012년부터 장례지도사에 대한 국가공인자격 제도가 시행돼 전문성까지 높아졌다"며 "상조산업의 성장으로 다양한 관련 직종에서 취업 기회가 늘어나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회사생활 인간관계 피로감에…20대, 유니폼 입고 '코코' 탄다
그런가 하면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hy의 프레시 매니저도 MZ세대가 늘고 있다. 2019년 신규 2030세대 프레시 매니저의 비중은 21.1%였으나 매년 증가해 올 1~7월 비중이 27.5%까지 올라왔다. 6월 기준 전국 1만1,000명 매니저 중 20대는 80명, 30대는 511명이다. 정수기를 점검해주는 코웨이의 서비스 전문가 코디의 경우 5월 기준 입사한 신규 2030세대 코디 비중이 35%에 달한다.
두 전문직은 비교적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 대학생이나, 본업이 따로 있는 젊은 층이 '투잡'으로 일할 수 있다. 회사 생활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퇴사 후 이 일을 택하기도 한다.
hy 관계자는 "회사에서 인간관계에 적응이 쉽지 않고 조직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직장을 그만두고 배달 일에 도전하기도 한다"며 "이 일은 협업·분업 없이 내 역할만 잘하면 되고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아도 돼 사회 생활하는 데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MZ세대 사이에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일자리 선택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기주도적 삶과 자아실현을 이루면서 경제적 여유까지 충족할 수 있는 일자리를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조직의 위계질서, 공동체 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고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택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고소득을 희망하는 분위기도 강해지는데 대기업 들어가기는 바늘구멍이니 전문직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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