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상반기 적자 6.3조에도…HBM으로 실적회복 '시동'(종합2보)
HBM3·DDR5 등 고부가제품 기대감↑…낸드 감산 규모 5∼10% 확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올해 2분기에도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상반기 적자 규모만 6조3천억원에 달한다.
다만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고성능 D램인 DDR5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개 분기 연속 적자…1분기 대비 적자폭 줄어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2조8천82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4조1천972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6일 공시했다.
이번 영업손실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2조6천250억원을 9.8% 상회했다.
매출은 7조3천5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7.1% 감소했다. 순손실은 2조9천879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는 앞서 1분기에는 3조4천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 4분기 1조7천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데 이어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앞서 지난 7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6천억원에 그쳐 반도체 부문에서만 3조∼4조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의 반도체 적자 규모만 5조∼6조원대인 셈이다.
다만 1분기와 비교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매출은 늘고 영업손실 규모는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확대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다"며 "이에 따라 HBM3와 DDR5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어나 2분기 매출은 1분기 대비 44% 늘고 영업손실은 1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감산 효과 본격화…낸드 5∼10% 추가 감산
SK하이닉스에 따르면 2분기에는 D램과 낸드 판매량이 늘었고, 특히 D램의 평균판매단가(ASP)가 1분기 대비 상승한 것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PC와 스마트폰 시장이 약세를 이어가며 DDR4 등 일반 D램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AI 서버에 들어가는 높은 가격의 고사양 제품 판매가 늘어 D램 전체 ASP가 1분기보다 높아진 것이다.
전사적인 비용 절감 노력 속에 재고평가손실이 감소하면서 영업손실률은 1분기 67%에서 2분기 39%로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메모리 업황에 대해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되고 메모리 기업들의 감산 효과도 뚜렷해질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D램에 비해 낸드의 재고 감소 속도가 더디다고 보고, 낸드 제품의 감산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낸드 추가 감산 규모는 5∼10% 수준이다.
올해 D램 수요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한 자릿수 중후반대, 낸드는 10% 중반을 예상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전사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없지만, 그동안 경영 효율화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향후 시장 성장을 주도할 고용량 DDR5와 HBM3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HBM, 불황 탈출 열쇠로 부상
실제로 AI 서버 수요 확대와 엔비디아의 HBM 채용 확대 계획 등으로 SK하이닉스의 DDR5와 HBM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HBM을 비롯한 그래픽 D램의 매출액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 두 자릿수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20%를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SK하이닉스는 "DDR5의 경우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세인 DDR4 생산량을 줄이면서 DDR5로 빠르게 옮겨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시장 대비 2분기 정도 앞서서 믹스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도 AI용 고용량·고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를 상당 부분 확보한 만큼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수요 건전성과 판매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HBM과 DDR5 등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HBM이 실적 반등의 열쇠로 급부상하며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도 HBM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SK하이닉스는 "제품 완성도나 양산 품질, 필드 품질까지 종합해서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HBM 4세대 제품인 HBM3를 2021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지난 4월에는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2026년 6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현재 독점하고 있는 HBM3는 2배 수준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3분기에도 HBM의 성장은 더욱 높은 판가와 매출 상승, 손익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HBM3의 개발 속도가 경쟁사 대비 빠르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마이크론은 내년 1분기부터 양산할 예정이므로 2024년에는 점유율 차이가 완화될 것"이라며 "향후 전체 실적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수요 개선이 필수적이고 이로 인한 메인스트림(주류) 제품의 물량 확대, 가격 상승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HBM3를 비롯해 DDR5, LPDDR5, 176단 낸드 기반 SSD를 중심으로 판매를 꾸준히 늘려 하반기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HBM 제품 양산 확대를 위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되 전사적으로 캐파(생산능력) 증설보다는 공정 전환에 집중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0나노급 5세대(1b) D램과 238단 낸드의 초기 양산 수율과 품질을 향상시켜 다가올 업턴(상승 국면) 때 양산 비중을 빠르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분기를 저점으로 이제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성능 제품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실적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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