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세 번의 수술과 재활, 36세에 재기 나서는 '중꺾마' 류현진
계약 마지막 시즌 뒤 진로 미정이지만 선수 생활은 계속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최근 미국프로야구 콜로라도 로키스는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신예 투수 3명이 한꺼번에 팔꿈치 수술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팀 내 최상위 유망주로 평가받는 가브리엘 휴즈와 호르디 바르가스, 잭슨 콕스가 나란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을 예정이라고 공개한 것이다.
이달 초 팔꿈치 수술 계획을 밝힌 선발투수 안토니오 센자텔라를 포함해 콜로라도 선수 4명은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 주치의인 키스 마이스터의 집도 속에 차례로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이 같은 콜로라도의 팀 사정에 대해 '토미 존 수술에 너무 익숙해졌다'라고 전했다.
지금은 야구뿐만 아니라 미식축구, 프로골프 등 다른 종목에서도 흔하게 시행하는 팔꿈치 수술이지만 예전에는 사실 '신의 영역'이었다.
손상된 팔꿈치 인대를 잘라내고 다른 부분 인대를 접합하는 수술은 1974년 프랭크 조브 박사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소속 투수였던 토미 존을 상대로 처음 성공했다.
이전까지 팔꿈치 인대 파열은 투수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조브의 수술을 받은 존은 1976년 복귀해 1989년까지 13년 시즌을 더 뛰며 통산 288승(231패)을 거둔 뒤 은퇴했다.
196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존은 수술하기 전에 12시즌 동안 124승을 기록했으나 수술 뒤에는 13년 동안 164승으로 오히려 더 많은 승수를 쌓았다.
토미 존의 성공 이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은 널리 시행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저스틴 벌랜더(40·뉴욕 메츠)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받고 복귀해 39살의 나이에 사이영상을 받았고,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28·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도 메이저리그 진출 직후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재기에 성공했다.
KBO리그에서는 1992년 정민태가 처음 수술받고 재기에 성공하면서 알려졌다.
물론 수술한다고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1년여 걸리는 재활 과정이 상당히 힘들다고 한다.
KBO리그에서 뛰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인천 동산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4년 이 수술을 받았다.
당시 완치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던 연고 구단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는 2006시즌 신인 1차 지명에서 류현진 대신 포수 이재원을 지명했다.
2차 지명 1순위 권한을 가졌던 롯데 자이언츠도 다른 투수인 나승현을 택했고 류현진은 다음 순위 구단인 한화 이글스에 뽑혔다.
익히 알다시피 류현진은 입단하자마자 투수 3관왕을 차지하며 KBO리그 최초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받은 선수가 됐다.
독수리 유니폼을 입고 7시즌 동안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한 뒤 2013년에는 메이저리그 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로 이적했다.
류현진은 다저스에서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확실한 제2선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3년째인 2015년 탈이 낫다.
왼쪽 어깨 관절와순이 찢어지는 큰 부상을 당한 것이었다.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2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지는 등 KBO리그 시절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이 던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 구단도 계약 당시 이미 류현진의 어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달리 어깨 수술은 재기 가능성이 7%밖에 안 된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어려운 수술이었다.
수술 후 2016년 1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은 2017년 25경기에 나섰고 2018년에는 다시 이런저런 부상에 시달리며 15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러나 류현진은 2019년 완전히 재기에 성공했다.
다시 14승(5패)을 수확하며 평균자책점 2.32로 내셔널리그(NL)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류현진은 4년간 8천만달러를 받고 토론토로 이적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3년째인 2022시즌 다시 팔꿈치가 탈이 나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아야 했다.
삼십 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로 인해 재기 여부는 더욱 불투명했다.
그런데도 류현진이 1년여만에 성공적으로 재활을 마치고 빅리그 복귀를 앞둬 현지에서도 인상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지만 류현진의 생각은 전혀 달랐던 것 같다.
올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와 계약이 끝나는 류현진은 최근 '친정팀' 한화가 재영입 의사가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8월 초로 예정된 복귀전에서 류현진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시즌 뒤 어떤 유니폼을 입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세 번씩이나 수술대에 올라 그 힘든 재활을 모두 이겨낸 베테랑 류현진이 어떤 길을 걷든 역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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