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뉴월드호텔 살인' 조폭 중국에 가족 초대…대담한 도피 행각

이수민 기자 2023. 7. 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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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조직 간 보복살인 사건을 저지른 뒤 밀항했던 조직폭력배가 중국으로 가족을 초대하는 등 대담한 도피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방검찰청은 26일 언론브리핑을 열고 '1994년 조직폭력배 간 보복살인 사건(일명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밀항했던 주범 A씨를 살인죄와 밀항단속법위반죄로 구속 기소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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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가을 군산서 선박으로 밀항
또다른 주범은 공개수배…중국서 생수·안마방 사업하다 밀입국
이영남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26일 오전 광주지검 브리핑실에서 '1994년 뉴월드호텔 조폭 보복살인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7.2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폭력조직 간 보복살인 사건을 저지른 뒤 밀항했던 조직폭력배가 중국으로 가족을 초대하는 등 대담한 도피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방검찰청은 26일 언론브리핑을 열고 '1994년 조직폭력배 간 보복살인 사건(일명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밀항했던 주범 A씨를 살인죄와 밀항단속법위반죄로 구속 기소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사건 당시 '영산파' 행동대원이다.

그는 1991년 '신양파'와 집단 패싸움을 하다가 살해당한 조직원의 복수를 위해 1994년 뉴월드호텔 결혼식에 참석한 신양파 조직원의 등과 대퇴부를 7회 찔러 살해한 주범 중 하나다.

당시 범행에 가담한 영산파 두목과 고문, 행동대장, 대원 등 조직원 10명 대부분은 무기징역 혹은 10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A씨는 살인 범행 직후 도주해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피해 숨어 지냈다.

2003년 가을 국외 도피를 목적으로 군산에서 선박을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고 수사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중국 이불공장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

하지만 가족을 중국에 초대해 만나는 등 대담한 도피행각도 보였다.

약 20년간 도피행각을 벌이던 A씨는 중국 밀항 시점을 살인사건 공소시효(15년) 완성 이후인 2016년으로 주장하면 처벌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지난해 3월 허위 자료를 꾸며 주중 한국 영사관을 통해 귀국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공소시효 완성 이전 밀항해 중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담수사팀(검사, 수사관 20여명)을 구성해 전면 재수사를 벌였고, A씨가 공소시효 완성 이전 밀항한 것을 밝혀냈다.

26일 광주지방검찰청이 공개한 지명수배자 정동섭(55)의 주민등록 사진과 인상착의. 정씨는 뉴월드 호텔 살인사건 연루자 중 하나다. (광주지방검찰청 제공) 2023.7.26/뉴스1

검찰은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의 또 다른 주범인 당시 영산파 행동대장 정동섭(55)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이날부터 공개수배하기로 결정했다.

정씨는 당시 조직원들이 사용할 범행도구를 준비하고, 피해자들을 쫓아가 흉기를 휘두르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정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범행 후 국외 도피했었다. 정확한 밀항시점은 특정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다각도로 살핀 결과 공소시효가 남아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7일 이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도주해 현재 소재가 불분명하다. 마지막 발견지는 서울 서초구다.

정씨는 2012년 국내에서 주민등록을 재발급 받은 기록이 있는데, 검찰은 공소권이 만료된 직후인 이 시기에 밀입국해 국내에서 정상인처럼 생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씨는 도피 기간 중국에서도 생수와 안마방 사업을 하며 상당한 돈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에 입국한 뒤에도 투자 사업을 하고, 한 건설회사에 임원(이사)로 등재되는 등 성공한 사업가로 지냈다.

검찰은 두 사람이 한국에 돌아올 때 함께 재입국 방법을 상의했던 것과 거짓으로 '2016년 전에 배를 타고 중국에 갔다'고 말을 맞춘 정황을 확인했다.

도피생활 중 A씨와 정동섭이 만난 것과 영산파 조직원들이 밀항, 도피 과정에서 조력한 정황도 드러났다. 영산파 조직원과 그들의 고향 선후배들은 A씨와 정동섭이 범행 후 중국으로 도주하자 중국을 왕래하며 조직 차원에서 도피생활을 도왔다. A씨의 경조사도 대신 챙겼다.

검찰은 A씨와 정동섭의 밀항·도주행각을 도운 영산파 조직원 등에 대해서도 다각도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경 조직범죄 대응 수사기관 협의회'를 통해 경찰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 도주 중인 조직폭력배 정동섭을 끝까지 추적,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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