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만료' 노리고 귀국한 '살인 조폭'…'수사 불씨' 살린 검찰

'밀항시점 2016년→2003년' 공소시효 13년 되돌린 검찰 수사
영산파 행동대원 A씨 밀항 시점 속여 귀국했다가 구속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폭력조직 간 보복살인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밀항했던 조직폭력배가 28년 만에 구속 기소됐다. 공소시효 만료를 노리고 귀국했으나 검찰은 공소시효 시점을 13년 되돌리며 수사의 불씨를 되살렸다.

광주지방검찰청은 '1994년 조직폭력배 간 보복살인 사건(일명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밀항한 행동대원 A씨(55)를 지난달 살인죄로 구속 기소한 데 이어 26일 밀항단속법위반죄로 추가 기소했다.

A씨는 1994년 서울 뉴월드호텔 앞에서 벌어진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에서 영산파 행동대원으로, 흉기로 신양파 조직원 4명을 찔러 2명을 살해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다.

이들은 3년 전 신양파 조직원들이 영산파 조직원을 살해한 '팔레스호텔 살인사건'의 보복을 위해 이같은 일을 벌였다.

이후 범행에 가담한 영산파 두목과 고문, 행동대장, 행동대원 등 10명이 무기징역과 10년 이상 징역을 선고받았으나 A씨는 달아나 자취를 감췄다.

이후 지난해 3월 A씨는 중국 심양 영사관에 나타나 중국 밀항사실을 자진신고했다. 밀항 시점은 1994년으로부터 22년이 지난 2016년 9월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A씨의 밀항 시기가 실제로 2016년이었다면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의 살인죄 공소시효 15년이 이미 지난 뒤로, 그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을 불가능했다.

공범 중 일부가 재판 중이면 시효가 연장되면서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는 1994년으로부터 17년이 지난 2011년에 종료됐다.

검찰은 A씨가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이전에 중국에 밀항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사와 수사관 20여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려 전면 재수사를 벌였다.

용의자가 형사처분을 피하기 위해 국외에 체류할 경우 그 기간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특히 2015년 살인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법 개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 공소시효 완성 이전인 2003년 중국에서 A씨를 봤다는 다수의 진술을 확보하고, 이미 공범으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조직원으로부터 밀항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A씨도 2003년에 밀항한 사실을 인정했다. 범행 직후 도주해 9년을 숨어지내던 그는 2003년 가을 군산에서 선박을 이용해 중국으로 밀항했다.

조직의 지시로 살인을 저지르고 20년 가까이 중국에서 도피행각을 벌여온 그는 중국에서도 일용직이나 공장 허드렛일을 전전하며 정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공범과 수차례 만나고 가족도 중국으로 초대하며 도피행각을 이어갔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A씨를 살인죄로 구속 기소하고 이날 A씨를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또 영산파 조직원들이 A씨 등의 경조사를 대신 챙기는 등 도피 생활을 적극 도운 사실도 확인했다.

A씨가 중국에서 공장일을 전전하는 사이 무기징역을 받고 수형 중인 두목 B씨에는 10년간 484회에 걸쳐 3억2300만원의 영치금과 가족 생활비를 지원했다.

광주지검은 "밀항 시기부터 공소시효가 중단된 후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며 "그는 구속 전까지 1년간 일반 시민들 틈에서 생활해 왔다. 암장되었던 29년 전 살인사건 주범에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광주지검은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의 또다른 주범인 당시 영산파 행동대장 정동섭(55)에 대해서도 공개수배하는 등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zorba85@news1.kr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