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경만은 안돼”…기재부, 수해복구에 타예산 끌어온다

이희조 기자(love@mk.co.kr) 2023. 7. 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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他예산 활용해 투입하는 방안 검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봉화 동막골마을을 찾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출처=기재부]
정부가 최근 수해 복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사업 예산을 끌어다쓰는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예산당국은 이번 수해가 이례적으로 클 것으로 보고 일부 부처에 불용(不用)이 예상되는 예산 등 이·전용 가능한 예산이 얼마인지를 파악해달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에 수해 대응과 무관한 올해 예산 중 수해 복구를 위해 이·전용해 쓸 수 있는 부분의 규모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정부가 수해 복구에 쓰겠다고 밝힌 재해대책비와 예비비 외에 활용 가능한 예산이 얼마인지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통상 재해가 발생하면 관련 부처는 이·전용 가능한 예산이 얼마인지를 자체적으로 파악한다. 평소와 달리 기재부가 주도적으로 관련 부처에 규모 파악을 요청한 배경에는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다른 때보다 클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해의 최종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이번 요청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예비비를 쓰기 전에 각 부처의 올해 예산 중 이·전용이 가능한 규모와 불용이 예상되는 예산의 규모를 파악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불용 예상 예산은 특정 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편성해놨지만 집행 부진 등으로 인해 다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큰 예산이다.

총 피해 규모 나와야 예산 이·전용분 확정
기재부의 요청에 따라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최근 이·전용할 수 있는 예산 규모 파악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농어민의 복지 개선에 활용되는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농특회계) 예산 중 50~60억원을 이·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는 어떤 사업의 예산을 이·전용할지를 한창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피해 규모가 나오면 농식품부의 이·전용분은 작물이나 농업 시설물 등의 피해 복구에, 환경부의 이·전용분은 하수도 등 환경 기초 시설 피해 복구에 각각 쓰일 것으로 보인다.

‘추경 불필요론’ 지키려면 예산 전용 불가피
김완섭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지난 21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세종 금남면 부용리를 찾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출처=기재부]
기재부의 이번 요청은 정부와 여당이 고수 중인 ‘추가경정예산(추경) 불필요론’을 지키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추경 없이 모든 피해를 복구할 수 없을 확률이 높은 만큼 다른 사업 예산을 최대한 끌어와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해 복구를 위한 추경을 서둘러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여당은 “추경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당은 수해 복구를 위한 예산 이·전용을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예산, 불요불급한 예산들을 다 모아서 그런 것들을 이·전용 집행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도 “농림부 같은 경우는 사업비가 워낙 많으니까 그중에서 이렇게 이용, 전용해서 급한 대로 이쪽으로 쓸 수가 있다”고 밝혔다.

농작물이나 수산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재해대책비는 올해 농식품부에 2000억원, 해수부에 80억원 각각 편성돼 있다. 재해 대응에 사용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는 2조8000억원이다. 정부와 여당은 필요할 경우 일반 예비비(1조8000억원)도 끌어다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재해 대응 관련 예산을 내년도에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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