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부산아이파크 축구팬들 "안방 내주기 언제까지"
공식 서포터즈 릴레이 1인 시위 예고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프로축구 부산아이파크가 오는 8월 첫 홈경기를 앞두고 또다시 안방인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뺏길 처지에 놓이자 부산 축구팬들 사이에 원성이 자자하다.
오는 8월 3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파리생제르맹(PSG)과 전북현대의 이벤트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 9일 PSG로 이적한 이강인의 첫 내한 경기 소식에 국내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부산 축구팬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벤트 경기 이틀 뒤 예정된 부산아이파크의 홈경기가 잔디 상태뿐만 아니라 가변석 이동 등의 문제로 주경기장에서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부산아이파크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부산시의 공문을 통해 이벤트 경기 대관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다만 축구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번 친선경기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치러진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달 초까지도 부산아이파크는 부산시로부터 어떠한 귀띔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문을 보내기 전 부산아이파크 쪽과 구두로 협의를 나누고 있었지만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공문을 뒤늦게 발송한 것"이라며 "아직 논의 중으로 서로의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아이파크가 주경기장을 내주고 이삿짐을 싸는 건 올해만 벌써 3번째다.
부산아이파크는 지난 2022년부터 3년간 임대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이용하고 있다. 1928년 지어진 구덕운동장에 비해 비교적 개선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며 1부 리그 승격을 노리려 했으나 제집 지키기 바쁜 실정인 것이다.
지난 5월 K-POP 축제인 '드림콘서트' 개최로 주경기장을 비워줬으며, 오는 6월에는 A매치를 위한 경기장 보수를 위해 구덕운동장에서 홈경기를 치렀다.
문제는 경기장소 이동으로 축구팬들의 권리가 축소된다는 점이다. 특히 시즌권을 구매한 ‘찐’ 축구팬들은 경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가변석을 우선 예매할 수 있는 권리와 할인 혜택 등을 갖는데 경기장 이동시 이러한 혜택을 빼앗기게 된다.
부산아이파크 관계자는 "가변석을 해체했다가 설치하는 데만 수백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구덕운동장에는 가변석 설치가 어렵기 때문에 경기장을 이동할 때마다 시즌권 구매자들에게 환불 조치를 안내했지만 감사하게도 아직 환불을 받으신 팬은 없다"고 말했다.
축구팬들은 관람 조건의 저하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아이파크 공식 서포터즈 클럽 P.O.P(pride of pusan) 문대준 운영위원장은 지난 23일 호소문을 통해 "이번 시즌 1부 승격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해도 모자랄 이 때 집이라고 할 수 있는 홈구장의 잦은 이동으로 부산 축구가 멍들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부산 연고 아이파크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뺏기면서까지 전북현대와 PSG 경기가 부산에서 열려야할 당위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문 위원장은 "이번 친선경기는 해외팀간 매치도 아니고 K리그에서 부산아이파크와 경쟁하는 전북현대의 경기이기도 하다"며 "전북현대가 1부 리그이고 부산아이파크가 2부 리그라서 홈구장을 비워줘야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P.O.P는 8월 3일 예정된 친선경기 이후 부산시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예고했다.
타 지역 축구팬들은 이에 대해 "부산시가 부산 축구팬들을 무시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행동할 수 없다. 부산시의 안일한 행정 처리 문제와 태도를 비판한다"며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익명을 요청한 부산의 한 축구팬(30대)은 "지난 2021년 남자프로농구단 'KT소닉붐'이 부산을 떠나 수원과 연고 협약을 맺을 때 지역 사회 반발은 있었지만 부산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떠날만 했다는 반응이었다"며 "'야구도시'라 불리는 부산의 이면에는 야구 외 다른 스포츠가 주목받지 못한 현실이 있다. 축구까지 타지역에 뺏길까 걱정이다"고 답답해했다.
지난 2021년 KT소닉붐의 연고지 이전 당시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산시도 제2의 도시에 걸맞지 않은 노후한 체육시설과 늘 후순위로 밀리는 스포츠행정으로 시민들의 스포츠 향유권마저 지키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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