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영리' 방향 튼 제주영리병원 "대학병원급 규모" 증설 검토

디아나서울측 "비영리 전환 시, 기존 47개 병상으론 적자"
"100~150병상 예상"...새 비영리 의료법인 신설 준비 중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제주에서 추진됐던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수년 만에 일단락 된 가운데, 새롭게 병원 지분을 사들인 국내 법인 측이 비영리병원으로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법인 내부에선 비영리병원 전환 시 사업성 확보를 위해 병원 몸집을 "대학병원급"으로 불리는 검토도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6일 디아나서울 측에 따르면, 당초 영리병원 운영에 맞춰 설계된 기존 병원의 병상 규모로는 운영상 적자를 면키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따라 병상 증설 등을 고심 중입니다.

디아나서울은 녹지국제병원 건물의 지분을 75% 보유한 최대 주주입니다. 나머지 25%는 당초 사업을 추진했던 녹지그룹 측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이 지난 2016년 4월 사업비 778억 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 8,000여㎡ 부지 조성한 병원 건물입니다. 2017년 8월에 준공된 이 건물 규모는 연면적 1만 7,000여㎡에 47개 병상을 갖춘 지상 3층, 지하 1층 구조입니다. 현재는 개원 허가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당초 녹지그룹이 영리병원 방식으로 운영을 하려 했다가 법적 분쟁 등으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지분의 과반을 국내 법인에 넘겼습니다. 이후 국내 법인은 비영리병원으로 방향을 전환해 사업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디아나서울 측 관계자는 "현재 비영리 의료기관으로 개원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규모는 대학병원급 규모"라고 언급했습니다.

병원 규모와 관련해 "지금 시설이 영리병원용으로 만들어 놓은 시설이라 비영리(병원)를 하게 되면 국내 의료법을 따라야 한다"며 "현재 47개 병상으로 (비영리병원을 개원)하면 의원이 된다. 어떠한 환자를 봐도 적자가 나서 운영이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략 100~150병상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인력 수급 등 필요 사항도 변경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새로운 비영리의료기관과 관련한 새 의료법인은 현재 현재 신청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와 승인에 관한 협의를 하려고 한다"며, "연내 개원이 목표인데 정부 허가 절차 등 진행 상황에 따라 쉽지 않을 수 있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통상 30병상 미만의 의료기관은 의원급으로 분류되고, 30~100병상 미만은 병원급으로 분류됩니다. 100병상 이상부턴 종합병원급 규모로 분류되며, 300병상을 넘어갈 경우 내외과 외가, 소아청소년과 등 9개 이상(300병상 미만은 7개)의 진료과목을 갖춰야 합니다. 제주대학교병원 병상 수는 655개입니다.

디아나서울 측이 신설 준비 중인 의료법인 홈페이지

한편, 최근 녹지국제병원의 영리병원 운영을 둘러싼 사업자 측과 행정 간 진행돼 온 법적 분쟁이 모두 일단락됐습니다.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녹지그룹 측이 지난 12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에 대해 소취하서를 제주지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에 외국인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을 놓고 벌어진 양측의 법정 공방이 제주자치도의 승리로 돌아갈 전망입니다.

또, 지난달 대법에선 제주자치도 측이 녹지그룹 측에 병원 개설을 허가할 당시 내걸었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결이 최종 내려졌습니다. 녹지그룹 측은 외국인 환자로 진료대상을 한정한 이 조건이 의료법상 진료거부 금지규정에 위배된다며 소를 제기했는데, 대법은 제주자치도의 조건부 허가가 적법한 재량 행위에 해당한다는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봤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월 녹지그룹 측은 이번 소송과 별개로 진행된 병원 개설 허가 취소 소송과 관련해 대법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당시 재판은 제주자치도가 녹지병원 측이 '병원 개설 허가 이후 90일 내에 개원해야 한다'는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한 것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