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 사활건 경쟁국...한국은 10년째 제자리

2023. 7. 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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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략산업 자국 보호 확산
美·日 주요국은 기업 유턴 이어져
세제혜택+α 강력한 유인책 절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등으로 전 세계 주요국에서 해외 진출 기업을 자국으로 복귀시키는 ‘리쇼어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첨단 전략산업을 자국 내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국의 애플과 인텔, 일본의 파나소닉, 대만의 폭스콘 등 각국의 핵심 기업이 줄줄이 자국행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는 주요 경쟁국보다 빠른 2013년 말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유턴법’을 제정하며 리쇼어링을 지원해왔지만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10년이 되도록 100여개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마저도 중소기업, 소비재 업종 위주로 몰려 있고 10곳 중 1곳꼴로 국내 정착에 실패하고 폐업 절차를 밟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리쇼어링 확대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무거운 세금과 규제 등이 여전히 기업의 국내 복귀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을 겪으면서 한층 더 강해진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리쇼어링을 고민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파격적인 세제혜택은 물론 그 이상의 강력한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관련기사 3면

리쇼어링은 국내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의 반대 개념으로 해외에 건설한 생산, 제조, 연구 시설을 다시 국내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복귀를 결정한 기업은 24개사로 2021년(26곳)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유턴법 시행 이듬해인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을 모두 합쳐도 126개사 정도다. 미국에서 한 해 2000개에 가까운 기업이, 일본도 연평균 500여개 기업이 자국행을 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한국 기업이 리쇼어링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공급망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전반을 위해서도 리쇼어링 활성화는 필요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외에 투자한 비용이 적지 않기에 리쇼어링에는 상당한 위험이 수반된다”면서도 “탈세계화가 가속화하며 해외에 거점을 뒀을 때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해외 공장의 국내 복귀를 ‘안전이 보장된 경영’ 관점에서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24개 유턴기업이 국내에 1조1089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유턴법 시행 이후 연간 투자액이 1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리쇼어링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다만 까다로운 리쇼어링 인정 조건과 행정절차 등은 기업의 귀환을 여전히 가로막고 있다. 미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8%에서 28%로 낮추고 유턴기업의 공장 이전비용을 20%까지 주며, 일본은 정부가 기업의 국내 이전 비용을 3분의 2 수준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제혜택 폭이 적을 뿐만 아니라 고용계획 달성 등 조건이 까다롭고 자금지원 규모 자체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리쇼어링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이나 첨단기업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거 현대모비스의 경우 2019년 유턴 당시 상시고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 윤석열 정부들어 우량 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기는 하다. 당정은 최근 내년부터 국내복귀기업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감면 기간을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등의 세법 개정에 뜻을 모으기도 했다. 다만 현재 수준의 유인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경제·산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리쇼어링 확대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단순한 세제혜택 만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면서 “강력한 세제혜택과 함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및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원이나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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