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전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영구미제로 남나...조폭 출신 50대 최종 무죄

오재용 기자 2023. 7. 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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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24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50대 남성이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3형사부(재판장 이재신)는 26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7)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고 김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의 고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폭력조직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인 김씨는 지난 1999년 8~9월 누군가의 지시와 3000만원을 받고 동갑내기 조직원 손모씨와 함께 이모(당시 45세) 변호사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손씨와 함께 이 변호사를 미행해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했고 구체적인 살해 방식을 상의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손씨는 두 달 동안의 준비를 거쳐 그 해 11월 5일 새벽 흉기로 이 변호사의 가슴과 복부를 세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이 검거되지 않으면서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사건은 21년 만인 지난 2020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씨가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자신이 1999년 손씨를 시켜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손씨는 2014년 이미 숨진 상태였다. 김씨는 살인죄 공소시효(당시 15년)가 지났다고 생각했지만, 해외 체류 때문에 시효가 정지돼 처벌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체포됐고, 국내로 송환된 뒤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공모자 중 직접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을 묻는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김씨에게 적용해 살인죄를 물어야 한다고 봤다. 다만,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한 공소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로 피고인 진술과 여러 관련자의 증언 등 간접 증거밖에 없어 유죄를 입증하는 데 애를 먹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해 직접 증거가 없고,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이 증명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무죄 판단을 뒤집고 김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김씨가 손씨와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월 김씨의 방송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A 변호사를 혼내주라’고 최초 지시했다는 폭력조직 두목은 당시 수감 중이었다. 김씨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만한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피고인 본인 진술’이라는 간접증거만 있는 상태에서 진술의 주요 부분과 맞지 않는 객관적 사정이 드러났다면, 섣불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대법원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해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고 법원은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나의 한마디 말로 피해자들이 또다시 고통받았을 생각을 하니 죄송스럽다”며 “이 사건 단초가 나인 점은 인정한다. 그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형을 살라고 하면 하겠다. 하지만 말 한 번 잘못한 죄로 10년 넘게 징역형을 사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방송사에 직접 제보한 적이 없고, 방송에 사용하라고 인터뷰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제보를 받은 방송사 측이 나에게 먼저 연락했다”며 “돈을 준다고 해 방송사 측과 통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 측은 내가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했다는 이유로 나를 범인으로 몰았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명예훼손과 위자료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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