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성희롱해 상병 강등 전역한 해군 병장, 행정소송서 '승소'

법원 "이 사건 처분은 비행 정도에 비해 균형 잃은 과중한 것"

[인천=뉴시스] 정일형 기자 = 군복무 당시 동기를 성희롱해 강등처분을 받아 상병으로 전역한 남성이 부대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부장판사 이현석)는 해군 전역자 A씨가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소속 모부대장을 상대로 낸 강등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부대장이 2022년 1월 18일 A씨에게 내린 징계를 취소한다고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7월 20일 해군에 입대해 같은 해 11월 부터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소속의 한 부대에서 경계병으로 근무했다. A씨는 2021년 5~7월 부대 생활반에서 동기 B씨의 과자와 라면을 먹었고, 병영쉼터에서 B씨의 동의 없이 개인 목욕용품을 사용했다.

A씨는 또 2021년 10월에는 B씨를 부를 때 '싹뚝이'(성기가 작다는 의미)라고 부르며 성희롱을 해 2022년 1월 18일 강등 징계처분을 받았다.

A씨는 항고했지만,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항공심사위원회는 2022년 4월 27일 기각했다.

병장에서 강등 처분을 받은 A씨는 2022년 3월 19일 상병으로 전역했으며, 부대장을 상대로 2022년 7월 행정소송을 했다.

A씨는 "성실하고 충실하게 국방의무를 다했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며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과중하고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군 복무 당시 징계가 무겁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 동의 없이 과자, 라면을 취식하고, 개인용품을 사용한 점, 바닥에 흘린 사이다를 피해자 이불로 닦는 등 피해자는 1명이고, 피해액도 크지 않다"며 "3차례 반복된 것을 비위 정도가 무겁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비행의 정도가 가볍지만, 고의인 경우에 내리는 징계는 '군기교육~휴가단축'"이라며 "'싹둑이' 발언도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 또는 굴욕감을 주는 성희롱에 해당하지만, 이 발언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없어 '비행 정도가 중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또 "A씨가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강등은 병사에 대한 징계처분 중 가장 중한 것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비행 정도에 비해 균형을 잃은 과중한 것이어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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