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예비살인자" 윤건영 충북교육감, 특강서 `선넘은 발언` 물의

전국초등교사 노조 반발 "공개 사과해야"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교사는 예비살인자'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서이초 교사의 사망으로 교권강화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교육감 발언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6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교조) 등 교육계에 따르면 윤 교육감은 전날인 25일 충북도교육 1급 정교사 자격연수 특강에 나서 "교사들은 예비살인자라고 인정하고 교사가 돼야 한다"며 "나는 (이런) 마음 자세가 안 되겠다 그러면 자퇴하고 나가라"라고 말했다. 연수에 참석했던 한 교사들은 '교사의 눈빛 하나,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싹을 자르고 살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윤 교육감은 또 "(학부모인) 당신이 아이를 나한테 맡겼으면 내가 당신보다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선생님보다 돈이 많고, 학벌이 좋은 학부모가 항의해도 당당한 자세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졸고 있는 학생을 지도하다 문제가 생기면 교육감 개인번호를 알려줄 테니 나한테 전화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교육감의 발언은 교사의 사명감과 교권 보호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윤 교육감은 지난해 연수에서도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감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에서 '예비 살인자' 취급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초교조 측은 "지역 교육계의 수장조차 이런 시각으로 교사를 보고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윤 교육감의 사과를 촉구했다.

초교조는 "지금 교육계는 동료교사를 잃은 비탄에 빠져 있다. 이러한 교사들의 심정에 공감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교사들이 자기 검열을 더욱 강화하기를 바라며 세뇌에 가까운 잘못된 신념을 심으려는 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 교사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망발을 범했음을 깨닫고 공개 사과하라"고 했다. 이들은 또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교사들에게 자기검열 가스라이팅을 행한 것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윤 교육감이 최근 발생한 교권 침해와 관련해 교사들이 당당하게 대응하고, 상처받은 교사들의 마음을 토닥이겠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