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아이 혼자 병원 보내면 방임일까… “부모 민원은 취하”
누리꾼 갑론을박…“부모가 같이 갔어야” vs “맞벌이라 이해”
보건소 관계자 “민원인이 오해 풀고 취하해…병원도 진료중”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9세 아이를 혼자 병원에 보낸 부모를 아동학대 방임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아동학대 성립여부가 주목된다. 진료거부를 두고 한때 “근무 중인데 5분내로 올 것을 요구했다”는 부모와 “30분 드렸는데 안왔다”는 병원측의 주장이 엇갈려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부모가 보건소에 낸 민원을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다.
26일 법조계 종사자 등에 따르면 아이를 혼자 병원에 보내는 것이 아동학대의 방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안별로 살펴봐야 한다. 부모가 어느정도 수준까지 보호의무를 다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범주에는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 포함된다. 방임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행위’다.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에 재직 중인 변호사 ㄱ씨는 “이번 사안에서 보면 부모는 병원과 통화를 했고, 이후 아이와 함께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부터 병원을 함께 갔으면 좋았겠지만 부모가 직장인일 경우 갑자기 나올 수 없는 사정도 참작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니 가까운 병원 정도는 혼자 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방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앞서 아이의 보호자 A씨는 한 맘카페에 아이가 학교에서 열난다고 연락이 와 오후 진료를 예약하고 보냈다고 설명한 뒤 “열이 많이 나서 힘들어하는데도 단칼에 ‘5분 내로 오실 수 있냐’ 해서 ‘근무 중이라 바로 못 간다. 차라리 뒤로 순서를 옮겨주실 수 없냐’ 했더니 ‘이미 접수 마감이라 안 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제 퇴근시간에 맞춰 다른 의원으로 갔다. 병원 가서 열 쟀더니 39.3도였다. 이거 당장 어디다 민원 넣고 싶다. 우선 내일 보건소에 전화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글은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병원측이 보호자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변화됐다. 전문의 B씨는 24일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그 병원 원장”이라며 “접수 직원이 1년전 내원했던 환아고 아이만 왔는데 잘 이야기도 못하니 보호자에게 함께 내원해 진료보는 게 좋겠다고 전화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직원이) 원장님 방침이 14세 미만은 응급상황일 경우에만 보호자 없이 진찰한다. 30분 정도 시간을 드릴 테니 보호자로 오시면 바로 진료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안내드렸지만 보호자가 안 온 상태”라고 해명했다.
사태가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흐르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병원측이 부모측의 신고에 회의감을 느끼고 폐업하기로 하면서 병원을 옹호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진료 후 문제가 생기거나 아이 건강상태가 바뀌었으면 더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병원측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맞벌이는 애들 아플 때가 제일 문제라 부모 심정도 이해는 된다’ 등의 글도 있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소장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되는 9세 아이를 혼자 소아청소년과에 보내고 보건소 신고에 이어 또 다시 맘카페에 거짓말까지 한 사람을 의사회 차원에서 아동학대 방임으로 형사고발할 방침”이라며 부모에 대한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다만 임 소장이 실제로 고소장을 접수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부모가 민원을 취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보건소 관계자는 25일 “민원인이 오해를 풀고 민원을 취하했고, 병원도 진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 역시 “지금 진료 중이며 다음주부터 (원장님이) 잠시 쉬신다”며 “폐업하실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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