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에 재난관리체계 전면개편…복구사업 패스트트랙 도입

이상민, 복귀 후 첫 중대본 주재…"기준·매뉴얼 전면개편"
"피해복구 예산 대폭 확대…첨단 과학기술 예·경보 필요"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정부가 최근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경북 예천 산사태 등을 계기로 재난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극한호우' 등 기후변화에 대응해 매뉴얼을 전면 개편하고 사후 복구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6일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체계가 기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재난관리체계의 전면 재편 방침을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기존 자연재난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후 복구 중심의 재난관리체계를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면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재난안전 취약계층이 보호될 수 있는 안전선 이상의 예방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과거 10년, 20년이 아니라 최근 5년 중심으로 설계기준과 통제‧대피기준 등 각종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고, 매뉴얼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난 1월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여름철 자연재난에 따른 인명피해 방지를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냈으나 이번 집중호우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현행 재난관리체계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례 주례회동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일상화되고 있는 만큼 관계부처 TF를 가동해 재난대응체계를 전면 재정비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예방과 복구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일종의 '패스트트랙' 시스템 도입도 검토한다.

이 장관은 "매년 호우가 발생하고 그 강도도 세지고 있음에도 피해복구에 1년 이상이 소요되는 실정"이라며 "예방‧복구사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패스트트랙을 마련하고, 예산이 적기에 투입될 수 있도록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홍수‧산사태 예‧경보체계 구축 필요성도 밝혔다.

이 장관은 "소하천, 산사태 위험지역 외의 비탈면까지 디지털 기반 재난관리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속도도 더욱 높여야 한다"며 "보고하고, 보고받아 알게 되는 상황실이 아니라 실시간 데이터가 바로바로 쌓이는 상황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이 장관 복귀 후 주재한 첫 중대본 회의였다. 이 장관은 전날 헌법재판소의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 기각 직후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이 장관은 이번 집중호우에서 현장 중심 재난 대응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질타하고 지자체와 관계기관에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 장관은 "이번 호우 상황에서 여전히 현장에서 대응원칙이 잘 작동하지 않았고, 기관 간 협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대통령, 총리, 중대본의 지시사항이 수차례 전파됐지만 현장까지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난 업무를 담당자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지방자치단체장과 부단체장이 더 관심을 갖고 더 책임감 있게 대응해야 한다"며 "재난 담당자뿐만 아니라 단체장과 부단체장, 간부들의 전문성도 더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인명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며 "이번 호우로 드러난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전례 답습적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jyj@news1.kr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