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식·無보증금...하숙이 돌아왔다

2023. 7. 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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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학교 기숙사와 원룸에 밀렸던 하숙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숙집은 월세가 식비가 합쳐진 형태지만, 원룸 한 달 월세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었다.

하숙생 B씨는 "월세로 원룸을 구하려면 보증금 300만원은 쉽게 넘는다"며 "하숙집은 보증금 100만원 정도로 월세나 전세로 집을 얻는 것보다 보증금 부담이 적어 하숙집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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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원룸에 밀렸던 하숙 인기
저렴한 월세에 식사까지 제공
공동생활 익숙지 않은 MZ도 찾아

한때 대학교 기숙사와 원룸에 밀렸던 하숙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대학생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원룸 월세도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기록하면서다. 빌라를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펼친 ‘빌라왕’ 사태로 촉발된 전세 사기 우려도 대학생들을 하숙집으로 이끌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21일 이화여대, 경희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인근 하숙집 10곳에 남은 방이 있는지 문의한 결과, 절반 이상인 6곳이 방학인데도 빈 방이 없었다. 2곳은 “딱 1개 방이 남았다”고 했다.

하숙의 인기는 회복세를 넘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숙집 주인 조모 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문의가 10~20%는 늘었다”며 “하숙은 밥이 해결되고 원룸과 달리 관리비가 따로 들지 않다 보니 문의는 많은데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촌 인근 하숙집 주인 김모 씨는 “방이 18개가 있는데 공실이 있지 않고 계속 연결된다”며 “8월 5일에 빠지는 방이 하나 있는데, 그 방도 이미 예약됐다”며 코로나19 전보다 문의가 거의 2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수도권 대학가 주변 하숙과 홈스테이를 소개하는 플랫폼 ‘맘스테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등록된 하숙집 40곳에 대한 방문 문의는 252건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하숙집 75곳 기준 문의는 888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승원 맘스테이 대표는 “공동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가 하숙이라는 오래된 문화를 찾는 건 하숙이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비해 30~40%까지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부모님 입장에서도 원룸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숙식이 함께 해결되는 하숙이 원룸보다 장점이 큰 것”이라고 짚었다.

대학생들은 고물가에 식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을 하숙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신입생으로 입학하자마자 하숙집에서 거주를 시작했다는 박모(20) 씨는 “하숙집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3만원인데, 아침과 점심, 저녁 세끼나 제공됐다”며 “점심과 저녁 두 끼만 먹어도 하루에 2만원 정도는 아끼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숙집은 월세가 식비가 합쳐진 형태지만, 원룸 한 달 월세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었다. 대학생 박모(27) 씨는 “아침과 점심 두 끼를 다 제공해주는데 보증금 없이 월에 50만원”이라며 “월세에 공과금과 빨래건조대 같은 자잘한 부대 비용까지 포함돼 있으니, 원룸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5500원짜리 학식을 기준으로 아침과 저녁, 평일 20일을 하숙집에서 해결한다면 한 달에 최대 22만원까지 아낄 수 있다”며 “적당히 챙겨 먹어도 한 달에 10만원은 더 아낄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학생들이 비교적 적은 보증금으로 입주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숙생 B씨는 “월세로 원룸을 구하려면 보증금 300만원은 쉽게 넘는다”며 “하숙집은 보증금 100만원 정도로 월세나 전세로 집을 얻는 것보다 보증금 부담이 적어 하숙집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편 원룸 월세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19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지역 평균 월세는 56만7000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52만4000원) 대비 8.21% 오른 수준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은 생활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엥겔지수가 높기 때문에 숙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하숙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경우 전세사기 우려 때문이라도 아무래도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하숙이라는 안정적인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영·김빛나 기자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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