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철수요? 그럴 일 없습니다”...K콘텐츠 투자 이어가는 디즈니
성장세 과도기지만 기회는 충분
하반기 ‘무빙’ 등 기대작 줄줄이
내년에도 16편 만들고 싶어
세계적 화력을 증명한 K콘텐츠는 OTT 사업에서 핵심 파트너다. 디즈니+는 2019년 미국 출시 후 2021년 11월 한국에 상륙, 이후 1년 8개월간 약 20편의 오리지널 드라마·예능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소위 ‘대박’은 아직이다. 최근엔 한국 오리지널 제작 철수설도 제기됐다.
김소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서울 역삼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단독으로 만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계획에 변화는 없다”며 “제작을 중단하거나 철수할 이유도 없고 사실무근”이라고 단언했다. 오히려 “본사에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콘텐츠 축소를 발표하는 와중에 한국에 대한 투자와 콘텐츠 제작 계획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건 그만큼 전념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소문의 근원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 본사를 둘러싼 온통 흉흉했던 뉴스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전 세계 임직원의 3.2% 수준인 7000여 명을 해고했고, 한국지사에서도 조직 개편과 인원 변화가 불가피했다. 디즈니+의 글로벌 신규 가입자 수는 올해 1분기에 전 분기보다 400만여명 감소(1억5780만명)했다.
물론 일부 콘텐츠 전략에 변화는 불가피하다. 김 대표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겠다는 것 사이에서 전략 수정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이나 마블, 스타워즈 등 유서 깊은 지식재산권(IP)을 가진 디즈니지만, 지금까지 한국 오리지널 중에선 ‘카지노’ ‘형사록’ 등 범죄·스릴러 물이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김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작품 선별 기준은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디즈니+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OTT 시장에서 5위에 머물고 있지만, 차근차근 ‘성장 로드’를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앱 사용량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넷플릭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100만여 명에 달했고, 뒤를 이어 티빙·쿠팡플레이·웨이브가 400만~500만명, 디즈니+는 180만명 수준이다. 김 대표는 “준비를 많이 한다고는 했지만 막상 부딪쳐보니 콘텐츠 사업과 소비자 플랫폼 사업은 또 달랐고 배운 게 많다”면서도 “아무것도 없는 시장에서 성장한 것과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이만큼 해낸 것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디즈니+는 우리의 속도 대로 성장하고 있고, 1년 반 만에 현재의 가입자 수에 도달한 것도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OTT 업계 내부의 경쟁에 더해 업계 전체가 처한 위기론도 넘어야 한다. 신규 가입자 수 감소, 제작비 급증과 수익성 악화 등 악순환의 고리는 깊다. 다만 김 대표는 비관적 전망에는 선을 그었다. “팬데믹 기간에 너무 폭발적으로,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시장이 이제 정상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지난 16년간 디즈니 코리아의 채널·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며 목격한 한국 미디어 환경의 변화 과정을 떠올렸다. “방송 디지털화, 유료화에도 10년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OTT는 팬데믹으로 2~3년 만에 커버렸으니 과도기를 겪을 수밖에 없죠. 기회 요인은 여전히 충분합니다. 단적인 예로 미국은 구독 서비스 이용 가구가 70~80%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30~40%예요.”
특히 제작비 500억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대작 ‘무빙’이 다음달 9일 베일을 벗는다. 총 20부작으로, 7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한 후 매주 2회씩 공개 예정이다. 이어 배우 위하준·지창욱 등이 출연하는 마약 수사극 ‘최악의 악’, 남주혁·이준혁·유지태 등이 촬영을 마친 다크 히어로물 ‘비질란테’, 청춘 로맨스 드라마 ‘사운드트랙 #2’ , 방탄소년단(BTS) 10주년 다큐멘터리 ‘BTS 모뉴먼츠: 비욘드 더 스타’ 등이 대기 중이다. 김 대표는 또 “올해 미국 에미상에 ‘더 베어’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등 디즈니 콘텐츠가 163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됐고 순차적으로 디즈니+에서 서비스될 것”이라며 “영화 흥행작 ‘엘리멘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등도 곧 디즈니+에서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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