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 급한 불 끄는데 도움"…'갭투자 구제·가계부채 폭탄' 우려 남아
"역전세 리스크 다소 낮출 수 있게 돼"
"제한 많아 무리한 투자자는 집 팔아야"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정부가 전세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 대출규제를 풀어주기로 하면서 하반기 주택시장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꼽힌 역전세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27일부터 1년 간(2023년7월27일~2024년7월31일) 은행권 전세보증금 반환목적 대출에 한해 대출규제 완화를 시행한다.
임대사업자의 경우 이자비용 대비 임대소득 비중을 의미하는 이자상환비율(RTI)을 1.25~1.5배에서 1배로 하향하고, 개인 임대인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한다.
DTI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 외 다른 대출은 이자상환액만 더해 한도를 계산하지만,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이번 규제완화로 인해 집주인이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난 것이다.
대출규제는 보증금 반환기일이 도래했는데, 신규 전세보증금이 기존 보증금보다 낮거나 후속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 처한 집주인을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2023년7월3일 이전 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경우 중 2024년7월31일까지 임대차 계약만료 등 반환수요가 발생하는 경우로 역전세로 인해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이 대상이다.
보증금 차액 내 지원이 원칙이지만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면 특약(후속세입자 전세보증금으로 대출금 우선상환 및 근저당권 감액등기) 전제로 대출한도 내 전세보증금을 대출해 준다.
이번 조치는 부동산 시장 최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역전세 문제가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역전세로 인한 평균 전세금 차액이 7000만원 내외로 전망했다. 금융위 시뮬레이션 결과 이번 조치로 연소득 5000만원의 개인다주택자가 금리 4.0%, 만기 30년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한도는 기존 3억5000만원에서 5억2500만원으로 1억7500만원 증가 전망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따른 역전세 문제 해소 가능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역전세로 인한 전세금 차액에 대해 지원하는 것인 만큼 대부분은 금번 규제완화 범위 내 에서 역젠세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번 조치로 역전세난 우려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역전세 반환 대출규제 완화는 1년 한시 정책이긴 하나 아파트 입주과잉 지역이나 전세 계약 갱신권이 집중된 지역의 역전세 리스크를 다소나마 낮출 수 있는 실행방안이 될 전망"이라며 "특히 당장 후속세입자 없는 경우, 자가거주하는 경우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했고 후속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을 특약화 하는 등 후속 세입자의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도 낮췄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한 임대인을 정부가 나서서 구제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여전하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앞서 논평을 통해 "임대인이 가진 현금이 없고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면 자산을 팔아서 갚으면 되는데 자산을 팔아서도 갚을 여력이 없는 임대인이라면 그건 갭투기를 했다는 뜻"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정부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번 대책은 최근 역전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1년 한시적으로 전세금 반환목적에 한해 일부 대출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고 전세금 반환에 꼭 필요한 만큼만 대출을 지원하고 신규주택 구입 등 타용도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늘어난 106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지난 4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최근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역전세 반환대출 규제완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역전세는 집값 변동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정부 대책으로 상황을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버티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시장에 매물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전세는 시장 가격이 변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정부가 정책적인 대안을 내놓는 식으로 막기가 어렵다"며 "이번 대출 규제완화는 여러 제한이 걸려 있어 이번 조치에도 해당되지 않을 정도로 잔여대출 여력이 없는, 즉 무리한 투자라는 상황에 처한 임대인이라면 보유주택을 매도하는 것도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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