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 총구 겨누고 때린 해병대...법원 “본인만 즐거우면 장난 아닌 괴롭힘”

창원지법. /조선DB

해병대 복무 시절 후임병을 상대로 흉기로 협박하고 폭행을 일삼은 2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법정에서 이 남성은 “장난이었다”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장난을 하는 사람만 즐거운 행위는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재판장 장유진)는 직무수행군인 등 특수폭행·특수협박, 위력행사 가혹행위,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경북 포항에 있는 해병대 한 부대에 복무하면서 지난 2020년 6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후임병 6명을 상대로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과 협박을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월 5일 오후 2시 10분쯤 부대 내 위병소에서 근무하던 중 아무런 이유 없이 후임병의 헬멧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X가리(입) 벌려라, 안 벌리면 죽여버린다 새X야”라고 가스발사총 총구를 후임병 입 안에 넣고 5회 격발하는 등 직무수행 중인 군인을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가스발사총은 가까운 거리에서 고무탄이 급소에 맞을 경우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을 수 있다. 당시 빈 탄창이었지만, 후임병 입장에서는 큰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A씨는 다른 후임병에게도 가스발사총 총구를 눈앞에 조준하는 등 상습적으로 후임병을 협박했다.

생활반 내에서도 A씨의 폭행은 이어졌다. 아무 이유없이 지나가는 후임병의 뒤통수를 때리거나,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대검으로 신체 여러 곳을 베고 찌르는 등 폭행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라고 시키고 나서 재미가 없다며 바닥에 머리를 박게 하거나, 후임병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강하게 때리게 시켰다.

풋살 경기 중 자신과 부딪쳤다는 이유로 “너는 해병이 만만하냐, 선임 대우 똑바로 안 하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하거나, 생활반 내에서 후임병에게 이유없이 손 소독제를 입 안에 짜 넣기도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들을 총구로 협박한 적이 없다”거나, “장난을 한 적은 있지만 폭행한 적이 없다”는 취지였다. A씨의 그저 장난이었다는 말에 재판부는 “장난은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모두가 재미있고 불쾌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하는 행위를 말한다”며 “장난을 하는 사람만 즐거운 행위는 괴롭힘에 해당한다. 피고인의 행위는 후임인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불쾌하거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것이었다”고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선임병의 지위를 이용해 후임병 6명에게 장기간에 걸쳐 폭행하거나 가혹행위를 가했다”며 “일부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고통받고 있는데도 피고인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