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잠재적 범죄자가 대선 주자?…‘트럼프 리스크’에 빠진 미국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또다시 재판정에 섭니다.
트럼프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많다 보니 크게 놀랍지도 않은데, 이번 재판은 그 시기가 문제입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6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 본격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인데요.
선거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알아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이번엔 무슨 혐의로 논란이 되는 거죠?
[기자]
대통령 시절 국가 기밀 문서를 유출했다는 혐의입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자택에서 기밀문서 백여 건이 쏟아져 논란이 됐죠.
이를 수사한 특검이 지난달 플로리다주 남부법원에 트럼프를 기소했는데, 법원이 재판을 내년 5월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 재판을 대선이 열리는 내년 11월 이후로 미뤄달라고 했고, 트럼프를 기소한 특검 측은 오히려 올해 12월에는 재판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법원은 양쪽의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을 연기할 근거도, 너무 빨리 시작할 이유도 없다는 겁니다.
[앵커]
대선이 반년밖에 남지 않은 시기에 유력한 대선 후보가 재판정을 들락날락 해야 하는 거잖아요.
선거판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겠어요.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미국 공화당 내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죠.
미국 대선 시계를 좀 살펴보면, 내년 11월이 대선이고, 공화당 대선 후보를 결정할 경선은 내년 초 시작됩니다.
기밀 문서 유출 재판이 시작될 때쯤엔 공화당 경선이 막바지로 향할 거로 예상됩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이겼는데, 이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공화당은 중범죄자를 대선 주자로 내세워 선거를 치르게 되는 겁니다.
미국에선 형사 재판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대선 출마가 가능합니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은 민주당에도 부담인데요.
만약 공화당 대선 주자로 뽑힌 트럼프가 무죄를 받는다면, 바이든 정부가 정치적 표적 수사를 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트럼프 사법 리스크'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네요.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잖아요?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주 자신의 SNS에 "특별검사로부터 '1.6 의회 난입 사태' 수사 대상이라는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1.6 의회 난입 사태'는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지난 대선 결과를 뒤집겠다며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미 의회에 난입해 폭력 행위를 저지른 사건이죠.
이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폭동을 선동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본인에게 수사 대상이라는 공식 문서를 보낸 겁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수사 기관이 트럼프의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습니다.
[에릭 터커/AP 기자 : "공식 문서를 보냈다는 건 수사관들이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과 수사 중인 범죄를 연관 지을 수 있는 증거를 수집했다는 것입니다."]
[앵커]
전직 대통령이 범죄자냐 아니냐도 중요하긴 하지만, 정책이나 공약을 알고 싶은 대다수 유권자에겐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네요.
하지만 트럼프 본인에겐 이런 논란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죠?
[기자]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마녀사냥"이다, "사법의 정치화"라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죠.
실제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공화당 내 또 다른 유력 대선 후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트럼프가 여론 조사에서 팽팽한 접전을 보였지만, 최근엔 트럼프가 독주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원의 50%는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경선에서 탈락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48%는 대통령직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트럼프의 당내 지지 기반이 이렇게 탄탄 하다 보니, 경선 경쟁자들도 사법 리스크에 대해선 트럼프를 옹호하고 있는데요.
대선 도전을 선언한 펜스 전 부통령은 "1·6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무모하긴 했지만, 범죄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기소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트럼프 지지 세력이 지금처럼 견고하게 버티는 한, 미국 정치에서 '트럼프 리스크'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 같네요.
[기자]
일단 트럼프 본인이 최대한 재판을 오래 끄는 전략을 취할 거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많은 법적 공방에서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술에 의존해 왔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꼭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공화당이 다음 정권을 잡게 된다면, 법무부가 트럼프가 기소된 사건들을 취하하도록 하거나,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연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이럴 경우 트럼프를 둘러싼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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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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