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리더 미국이 왜 동아시아서 생산?” 인텔·캐논·르노 자국 컴백한 이유 봤더니 [리쇼어링 뒤처진 한국]
최근에는 정부 지원책으로 리쇼어링 결정
리쇼어링 독려 위해 규제 완화책도 내놓아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우리는 반도체 설계와 연구의 리더인데도 겨우 10%를 생산하는 반면, 75%는 동아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워싱턴 백악관에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초청했다.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약 24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제조시설을 짓기로 결정한 사실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의 결정에 대해 “진정으로 역사적인 투자”라며 극찬하면서 미국 내 투자 확대의 중요성을 역설함과 동시에 중국을 견제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대만 등 주요 국가들이 최근 자국 중심으로 첨단 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 핵심 전략은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회귀)’이다. 그동안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렸던 중국에서 발생하는 기술 유출 문제,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공급망 붕괴 등 리스크가 커지면서 주요국들은 앞다퉈 반도체·자동차 등 핵심 첨단 산업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며 세계 시장 곳곳에서 리쇼어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짙어지는 리쇼어링 가장 큰 특징은 2010년대 초에 있었던 리쇼어링과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 중국,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의 장점이었던 저렴한 인건비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 따른 조치였다. 이로 인해 유턴 기업 중 상당수는 인건비 비중이 큰 노동집약적 산업에 집중돼 있었다. 미국 월마트가 대표적이다.
반면 2020년대 들어서는 자국의 지원책으로 첨단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결정한 사례가 늘어났다. 미국은 올해부터 자국에 생산설비를 구축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항공,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자국으로의 유턴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폰 생산의 90%가량을 중국 공장에 의존하는 애플도 본국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자국에 생산라인과 연구·개발(R&D) 시설을 경쟁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프랑스 완성차 기업인 르노는 중국에서 생산할 예정이던 전기차를 프랑스 클레옹 공장에서 양산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프랑스 대표 바이오 기업인 사노피도 기술 유출 우려, 전문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프랑스로 복귀했다.
일본은 리쇼어링 기업에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파격적인 조치에 일본 파나소닉은 프리미엄 에어컨 생산거점을 2024년부터 중국에서 본국의 시가현으로 옮긴다. 광학·소재 기업인 캐논 또한 2025년까지 공급 기종 생산시설을 일본으로 이전한다. 일본 자동차 회사인 스바루는 군마현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해 2027년 생산 가동할 예정이다.
대만 반도체 기업인 폭스콘도 중국에서 자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현재 대만은 중국에 2년 이상 투자한 기업이 리쇼어링하는 경우, 5000억 대만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국가발전기금을 활용해 대출 및 대출이자 등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리쇼어링을 독려하고자 기존 규제에 대한 완화책도 내놓고 있다. 프랑스는 5년에 걸친 법 개정을 통해 법인세를 최대 33.3%에서 25%로 점진적으로 인하했다. 법인세 구간은 기존 3개에서 1개로 단순화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업가치부담금(법인세 외 기업 세금) 폐지도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일본 또한 법인세를 37%에서 23%로 낮췄다. 반도체나 희귀금속 등 중요 물자 공급망 강화, 기술 유출 방지를 골자로 하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도 국회에 통과시켰다.
우리나라도 리쇼어링을 외치지만 정작 규제 개혁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 우리나라는 24%이다. 일본이 법인세를 14%포인트 이상 낮출 동안 우리나라는 25%에서 1%포인트 줄이는 데 그쳤다. 경쟁 국가인 미국(21%)과 일본, 대만(20%) 등과 비교했을 때 최대 4%포인트 높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가 최근 ‘리쇼어링’ 기업에 대해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을 현재 ‘5년 100%+2년 50%’에서 ‘7년 100%+3년 50%’로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국 기업 공장들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대책이 미흡하다”며 “특히 과도한 상속세, 고비용 저효율 노동구조는 잠재적으로 복귀할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속세 면제의 경우 많은 국민이 반대할 뿐만 아니라, 시행 시 세수부족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신 기업들을 위해 법인세는 낮추고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확실히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 개선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에 친기업적인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우리나라에는 기업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많은 만큼 리쇼어링 기업 수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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