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공소시효 만료" 조폭 거짓말 들통…29년 만에 심판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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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했던 폭력조직원이 29년 만에 살인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판단해 처벌하지 못할뻔 했지만 검찰의 재수사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에 해경은 A씨 진술대로 밀항시점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 완성 이후인 2016년경으로 판단해 밀항단속법위반 혐의로만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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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했던 폭력조직원이 29년 만에 살인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판단해 처벌하지 못할뻔 했지만 검찰의 재수사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광주지방검찰청은 26일 1994년 조직폭력배 간 살인사건인 일명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밀항한 후 지난해 3월 귀국한 주범 A씨(55)를 지난달 살인죄로 구속기소하고 이날 밀항단속법위반죄로 추가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1994년 당시 범죄단체 '영산파' 행동대원으로, 경쟁파인 '신양파'에 의해 살해당한 조직원의 복수를 위해 서울 삼성동 뉴월드호텔 결혼식에 참석한 신양파 조직원 등 4명을 흉기로 찔러 2명을 살해한 사건의 주범이었다. 당시 범행에 가담한 영산파 두목과 고문 등 조직원 10명은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 징역을 선고받았지만 A씨는 해외로 밀항해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도피생활로 지친 끝에 지난해 3월 중국 심양 영사관에 밀항사실을 자진신고한 후 입국했다. 이후 해경에 "2016년 9월쯤 중국으로 밀항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경은 A씨 진술대로 밀항시점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 완성 이후인 2016년경으로 판단해 밀항단속법위반 혐의로만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실제 A씨의 밀항시기가 2016년이라면 살인사건 발생시기인 1994년 기준으로 이미 살인죄 공소시효(15년)가 완성된 후로 A씨를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광주지검은 A씨가 범행 후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 밀항해 중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1996년 이후 A씨의 국내 행적이 전혀 없고, 살인사건의 중대성 등에 비춰 A씨가 형사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공소시효 완성 전에 밀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사결과 A씨는 2016년이 아니라 공소시효 완성 이전인 2003년 가을경 중국으로 밀항해 약 20년 간 도피생활을 하다 귀국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5년 7월31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A씨를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찰은 이번 살인사건의 또 다른 주범인 당시 영산파 행동대장 정동섭(55)도 이날 공개수배했다. 정씨 역시 범행 후 해외 도피 기간이 길어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A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던 무렵인 지난달 7일 이후 소재가 불분명하다. 검찰 관계자는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된다"며 "정동섭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거나 소재파악에 도움이 될만한 단서를 접하게 되는 경우 광주지검으로 연락을 달라"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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