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죄 못한 '제주 변호사 살인 사건' 영구미제로.. 피고인 파기환송심 '무죄'

광주고법, 살인 혐의 피고인 유죄 원심 파기
광주고법 "혐의 입증할 증거 신빙성 부족해"
1999년 발생한 사건, 범인 단죄 못한 채 미궁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이 결국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게됐습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3형사부는 오늘(26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씨(56)에게 징역 12년형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낸 증거로는 피고인의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할 정도로 신빙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파기환송심은 김 씨가 고(故)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이 신빙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대법원이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열렸습니다.

김 씨는 1999년 11월 5일 제주시 모처에서 이 변호사를 흉기로 살해하는 과정에 손 모 씨(사망)와 공모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습니다.

경찰 수사 당시 범인을 잡지 못해 장기미제로 남았던 이 사건은 2019년 김 씨가 한 방송에 출연, 2020년 해당 내용이 방송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김 씨는 방송에서 “이 변호사를 다치게 하라는 사주를 받고 범행을 공모한 손 모 씨가 이를 실행했는데, 일이 잘못돼 이 변호사가 사망했다”는 취지 등의 진술을 한겁니다.

경찰은 해외 체류 때문에 살인죄 공소시효가 정지된 점을 토대로 수사에 속도를 냈고, 2021년 김 씨는 캄보디아에서 강제송환돼 구속 수사를 받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김 씨의 살인 고의와 공모공동정범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은 김 씨의 제보 진술에 신뢰가 있고, 살인 고의와 공모공동정범까지 인정할 수 있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3심 대법원은 “피고인의 제보 진술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범행 현장 상황 등 정황 증거만을 종합해 살인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살인 혐의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구체적으로 김 씨가 1999년 여름 유탁파 두목으로부터 범행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한 시점에 이 두목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손 씨는 범행 후 서울로 가 4~5년간 제주에 없었다고 김 씨가 진술했으나 손 씨는 사건 발생 2년 뒤 제주에서 다른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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