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보다 더 비싼 공모주?…IPO강자 ‘NH투자證’ 이번엔 성공할까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파두는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KB증권 등 6개 증권사에서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이 6개 증권사에서 청약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70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IPO’라 불렸던 LG에너지솔루션도 7개 증권사에서 청약을 받았다.
파두는 반도체 공장 없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공모 희망밴드는 2만6000원에서 3만1000원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조4898억원이다. 올해 들어 조 단위의 기업이 상장하는 것은 파두가 처음이다. 파두는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이날 중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파두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지난해부터 IPO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친 가운데 SK쉴더스, 원스토어, 컬리,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오아시스 등 NH투자증권이 주관한 대어급 IPO 주자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며 증시 데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전통적으로 IPO 시장의 강자로 불려 온 바 있다.
특히 SK쉴더스의 경우 지난해 IPO 철회 이후 지분 매각으로 전략을 선회해 지난 3월 M&A를 성사시켰다. 지분 매각 당시 이 회사는 3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IPO 때 공모가 하단 기준 시가총액 2조8000억원보다도 큰 금액이었다. SK쉴더스 M&A 재무 자문은 JP모건이 맡았었다.
NH투자증권의 이름값까지 어깨에 짊어진 파두의 청약 흥행 여부는 전망이 갈린다.
일단 시장 환경은 매우 긍정적이다. 최근 IPO 시장은 과열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모처럼 등장한 대어급 종목인 만큼 ‘묻지마 청약’ 러시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말 상장 당일 주가 상승 제한폭이 공모가의 160%에서 300%로 확대되면서 공모주들의 주가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따상’(공모가 2배의 시초가에서 상한가)이 ‘따따블’(공모가의 4배)로 바뀐 이후 상장한 11개 종목의 상장 당일 평균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07.1%에 달하고 있다. 이 중에는 NH투자증권에서 주관한 알멕도 있다. 알멕은 공모가 5만원에서 전날 10만5300원에 마감해 공모가 대비 2배 가량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파두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으로 브로드컴, 마이크로칩, 맥스리니어 세 곳을 선정했다. 모두 나스닥 상장사다. 브로드컴의 시가총액은 481조원으로 삼성전자보다도 크다. 마이크로칩은 63조원, 맥스리니어는 3조5000억원 수준이다. 시총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파두와 체급차이가 많이 나는 게 사실이다.
파두와 시총 규모 차이가 가장 적게 나는 맥스리니어도 지난해 매출액 1조4478억원, 영업이익 251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파두의 지난해 매출액은 564억원, 영업이익은 15억원이었다.
밸류에이션을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 많다. 파두의 공모가가 이렇게 높게 나온 것은 최근 실적이 아니라 내년과 내후년의 실적 예상치를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파두는 불과 2년 만인 내년에는 이보다 60배 이상 증가한 929억원, 2025년에는 1년 만에 2배 가량 증가한 18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파두가 제시한 올해 당기순이익 추정치 16억원을 기준으로 한 공모가 상단 가격의 PER은 무려 931배다. 최근 주가가 폭등한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연간 실적 추정치 기준 PER 122배, 에코프로의 72배, POSCO홀딩스 18배, 포스코퓨처엠 192배 등에 비해서도 훨씬 비싸다.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팹리스인 LX세미콘의 PER은 8.7배다.
단순하게 봐도 파두는 지난 2월 말 프리 IPO 과정에서 1조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불과 5개월 만에 기업 가치가 50%나 증가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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