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의 '公시트'…'9공' 월급, 내년에도 최저임금 이하 [김용훈의 먹고사니즘]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무원들의 이탈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에만 가슴에 품고 있던 사직서를 던지고 자발적으로 퇴사한 근무경력 5년 미만 공무원(국가직 지방직)은 1만3032명에 달합니다. 전체 의원면직 공무원이 1만9595명인데 이 중 66.5%를 차지합니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공직을 떠나는 5년 미만 공무원의 숫자는 계속 늘어왔습니다. 2019년 7548명으로 1만명이 되지 않았지만, 2020년엔 1만1029명을 넘어섰습니다. 2019년 대비 2022년 공무원 퇴직자 수 증가율은 무려 72.6%에 달합니다. 11~15년차 선배 공무원의 퇴직자라고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같은 기간 803명에서 1318명으로 64.1%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MZ세대가 대부분인 새내기 공무원 공직 이탈이 훨씬 심각합니다.
힘들게 공부해서 어렵게 얻은 ‘벼슬’을 어째서 자발적으로 관두는 걸까요?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공직생활 실태조사’를 보면 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바로 적은 ‘녹봉’입니다. 실제 이직을 희망한다는 20·30대 하위직(6~9급) 5년차 이하 100명 중 74명 이상은 낮은 급여(74.1%)를 이직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습니다. 지난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1.4%에 그쳤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5.1%를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살기 위해’ 공무원 신분을 숨기고 ‘투잡’을 뛰는 이들도 있습니다. 실제 며칠 전 만난 한 지방직 새내기 공무원은 “얼마 전 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 분유와 기저귀 살 돈을 벌려면 투잡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주말마다 공무원 신분을 숨긴 채 대리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공개한 월급명세서에 따르면 전남 진도군 소속 A씨(9급 1호봉)는 올 5월 각종 보험금을 제하고 163만9650원을 받았습니다.
내년에도 관복을 벗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언’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지난 25일 공무원 보수위원회가 결정한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2.3~3.1% 수준입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5%를 웃돈다고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여전히 ‘마이너스(-)’입니다. 내년 공무원 보수는 직급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5급 이상 공무원은 2.3%, 6급 이하 공무원은 3.1%씩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7~9급은 현재 보수가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추가인상을 적용키로 했다고 하네요.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상위직급 공무원과 7~9급 공무원 보수 격차가 상당히 큰 데 같은 인상률을 적용할 경우 그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 지속됐다”며 “7~9급 인상률은 지난해와 같은 5%가량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9급 일반직 초임 공무원 월지급액은 177만800원입니다. 지난해 168만6500원보다 8만4300원 올랐지만, 이는 올해 최저임금(201만580원)보다 23만9780원 적은 액수입니다. 최대 18종의 수당을 받아도 200만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죠. 하지만 인상률을 5%로 가정해도, 9급 초임 월지급액은 186만원 수준입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40원(2.5%) 오른 시간당 986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입니다. 내년에도 9급 초임 공무원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는 셈입니다.
내년 5급 이상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2.3%입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있는 만큼 인상률에 차등을 뒀다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행정고시에 합격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 ‘과거급제’를 했다고들 했지만, 갈수록 살기가 팍팍한 탓입니다. 실제 산업부에서 최근 2년 새 민간 기업으로 이직한 과장급 공무원은 20명이 넘습니다. 당장 지난 달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산업과장이 현대자동차 상무로, 지난 3월엔 행정혁신과장이 한화에너지 전무로, 지난해엔 무역안보정책과장과 석유산업과장이 각각 롯데지주 상무와 삼성전자 상무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사법고시 출신인 환경부 교통환경과장도 지난 3월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들은 민간기업으로 이직을 하려면 취업승인·가능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만 관련 판정을 받은 퇴직 공직자가 4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2명) 대비 51.6% 늘었습니다.
이런 엘리트 공무원 이탈 행렬은 과장급이 아닌 서기관, 사무관 급까지 내려왔습니다. 실제 금융위원회에선 사무관 4명이 최근 2년 새 가상자산업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 중앙부처 4년차 공무원은 “장·차관이 되겠다는 꿈은 버린 지 오래됐다”며 “서기관 승진 후 기회만 된다면 민간기업 임원으로 옮기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MZ 사무관은 “지난해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82.3%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타고난 ‘금수저’ 출신 공무원만 돈 걱정 없이 일에 몰두할 수 있어 조기 승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관가 탈출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인재개발원이 지난해 MZ세대 공무원 1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3.3%가 “공무원도 민간 기업 근로자와 동일하게 경제적 편익을 지향하는 직장인”이라고 답했습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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