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잡는다"… 檢, 28년 전 강남 뉴월드호텔 조폭 살인 사건 주범 구속

안경호 2023. 7. 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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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994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 간 보복 살인 사건(일명 뉴월드호텔 살인 사건)의 주범을 28년 6개월 만에 붙잡아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한 데 이어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도 추가 기소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가 살인죄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중국 밀항 시점을 뉴월드호텔 살인 사건 공소 시효(15년) 완성 이후인 2016년으로 주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올해 2월 전담 수사팀을 꾸려 해당 살인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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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2월 4일 조직폭력배 간 보복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서울 강남구 뉴월드호텔 입구에 경찰들이 줄지어 서서 외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광주지검 제공

검찰이 1994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 간 보복 살인 사건(일명 뉴월드호텔 살인 사건)의 주범을 28년 6개월 만에 붙잡아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한 데 이어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도 추가 기소했다. 범행 직후 잠적했다가 2003년 중국으로 밀항한 이 주범이 지난해 3월 주중 한국 영사관에 밀항 사실을 털어 놓아 귀국 조치된 뒤 해경 조사 과정에서 살인죄 공소 시효(15년) 적용을 피하기 위해 "2016년 밀항했다"고 허위 진술한 사실을 밝혀내면서다. 검찰은 뉴월드호텔 살인 사건의 또 다른 공범 정모(55)씨도 해외로 도피한 사실을 확인하고 공개 수배했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최순호)는 지난달 28일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한 폭력조직 영산파 조직원 A(55)씨를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1994년 12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뉴월드호텔 앞에서 같은 조직원 B씨 등 11명과 함께 또 다른 폭력조직 신양파 조직원 4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살해하고 2명을 크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서울 강서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영산파 행동대원이었던 A씨는 1991년 10월 서울의 또 다른 호텔에서 집단 패싸움 끝에 자신의 조직 두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신양파 조직원들이 사건 당일 뉴월드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고 보복 살인을 저질렀다.

A씨는 범행 후 국내에서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중국으로 밀항한 뒤 지난해 3월 초 중국 선양에 위치한 주중 한국 영사관을 제발로 찾아가 밀항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곧바로 귀국 조치된 A씨는 밀항 사건을 넘겨받은 전남 목포해양경찰서에서 "2016년 9월쯤 중국으로 밀항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목포해경은 지난해 11월 A씨 진술대로 밀항 시점이 살인 사건 공소 시효 만료 이후인 2016년으로 판단, A씨를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만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가 살인죄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중국 밀항 시점을 뉴월드호텔 살인 사건 공소 시효(15년) 완성 이후인 2016년으로 주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올해 2월 전담 수사팀을 꾸려 해당 살인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나섰다. 검찰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수사팀은 2005~2007년 중국에서 A씨를 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어 A씨의 살인 사건 공범들에 대한 14년치 교도소 접견 녹취록 분석과 압수수색 등을 통해 A씨가 2003년 가을 전북 군산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수사팀의 추궁에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A씨가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밀항한 시점부터 살인죄 공소 시효가 정지되고, 2015년 7월 31일 살인죄에 대한 공소 시효마저 폐지된 점을 들어 A씨를 지난달 28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뉴월드호텔 살인 사건 당시 영산파 행동대장이었던 정씨도 범행 후 해외로 도피한 사실을 확인하고 정씨를 공개 수배했다.

검찰 관계자는 "영산파 조직원들은 A씨와 정씨가 범행 후 중국으로 도주하자 중국을 왕래하며 조직 차원에서 A씨 등의 도피 생활을 도왔다"며 "경찰의 협조를 받아 도주 중인 정씨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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