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 권리도 중요” 입 연 오은영…“‘금쪽이’는 인간 개조 프로그램 아냐”

김동환 2023. 7. 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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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 텐아시아 인터뷰에서 “아이를 때리지 않아 교권 추락했다는 논리는 마음 아파”
‘체벌 반대하나’ 질문에는 “체벌이 아닌 때리는 폭력을 반대한다” 답변
오은영 박사. 연합뉴스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권리 또한 중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인터뷰가 26일 연예매체 텐아시아를 통해 공개됐다.

오 박사가 출연하는 육아 상담 관련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새끼’가 학부모에게 잘못된 교육관을 심어준다는 일부 지적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때리지 말고 가르치라’는 오 박사의 메시지가 학부모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줬고, 교권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후, 모든 육아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이 프로그램이 말한다는 누리꾼들 비판과 방송처럼 하지 못하는 교사들에게 ‘무능 프레임’을 씌울 수 있다는 일선 교사 지적을 오 박사는 받고 있다.

오 박사는 인터뷰에서 “교권이 추락한 게 아이들을 때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일부 대중들의 논리는 마음이 아프다”며 자신도 ‘훈육’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모는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가르쳐야 한다”며 “훈육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때리지 말라는 것”이라는 말로 훈육은 평생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여전히 체벌은 반대한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체벌이 아닌 때리는 폭력을 반대한다”고 오 박사는 답했다. 때리는 식으로 아이 훈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이는 어디까지나 ‘폭력’이고 누구에게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다. 아울러 서이초 사건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아이는 때려야 한다’ 등 누리꾼들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 “선생님들에게 몽둥이를 쥐여 줘야 한다는 (일부 대중의) 반응은 너무 걱정스럽다”며, 오 박사는 “지금 선생님들이 바라는 게 그런 교권도 아니다”라고 짚었다.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생각은 아이에게 물리적 공포만 안기고 ‘맞음’과 ‘잘못’이 상쇄돼 결국에는 아이가 뭘 잘못했는지 나중에는 모르게 된다면서, 다른 사람을 아이가 때리는 행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오 박사는 우려했다. 때렸을 때 아이의 즉각 반응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라면서다. 오 박사는 “옳고 그름을 가르치지 말라는 게 아니다”라며 “사람이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거듭 언급했다.

오 박사를 향한 화살은 일선 현장 교사들이 그의 솔루션에 불만을 제기하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리면서 쏟아졌었다. 자신을 교직 경력 10년으로 밝힌 누리꾼은 지난달 “오은영 박사의 말이 ‘육아의 바이블’이 되면서 모든 아이는 무조건 이해받고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가 됐다”며 “그 결과 학교는 아동학대의 온상이 됐다”고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서 주장했다.

학교가 ‘아동학대’의 온상이 됐다는 주장은 교사의 교육 활동을 학부모가 경우에 따라 아동학대로 해석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4일 SBS 라디오에 나와 했던 말과도 어느 정도 궤가 비슷한 것으로 읽힌다. 라디오에서 임 교육감은 학부모가 학생의 행동에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학생인권조례’와 같은 교육 현장의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내세우면서, 교사들의 정당한 현장 교육 활동이 아동학대로 변질되거나 시비가 붙는 일들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도 최근 자신의 SNS에서 “‘금쪽이’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그런 솔루션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 낸다”며 육아 상담 프로그램의 문제를 꼬집은 바 있다.

서 박사는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 문제도 몇 차례 상담, 한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며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결 못하는 부모와 교사에게 책임이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 박사의 말이 ‘육아의 바이블’이 됐다던 누리꾼의 토로와 비슷한 결로 보인다.

이러한 지적들에 오 박사는 텐아시아 인터뷰에서 “‘금쪽이’에서도 약물치료가 필요하면 전문의를 만나라고 하고, 이미 만나고 있다면 꾸준히 만나라고 한다”며, “한두 번으로 좋아진다고 말한 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오 박사는 “‘금쪽이’는 치료가 아닌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말과 함께 “‘금쪽이’는 인간 개조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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