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선고 2주 앞당겼다면···대법 “방어권 침해, 다시 재판해야”

김혜리 기자 2023. 7. 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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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피고인에게 따로 알리지 않고 예정보다 2주 앞당겨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대법원이 파기했다. 갑자기 선고 일정을 바꾸는 바람에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기·횡령죄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자동차를 대신 팔아주겠다며 피해자 18명을 속여 4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 및 차량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에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3월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다”며 기각했다.

A씨는 항소심 재판부가 기일과 관련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원래 항소심 선고기일은 4월7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재판부가 따로 고지하지 않고 3월24일로 앞당겨 본인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이 침해당했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원심은 공판기일의 지정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재판부는 공판기일을 정하거나 변경할 때 검사와 변호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다만 사전에 통지하지 않고 공판기일을 정했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간주한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는 원심판결의 선고기일이 양형에 관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원심법원은 고지됐던 선고기일을 사전 통지 없이 급박하게 변경해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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