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고 살아" 딸 가르치던 엄마…100명에 새 삶 주고 하늘로

뇌사 상태였던 권은영씨(51)가 지난 6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사진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부와 봉사활동을 이어오던 50대 여성이 100여명에게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뇌사 상태였던 권은영씨(51)가 지난 6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했다.

권씨의 심장, 폐, 간, 좌우 신장은 5명의 생명을 살렸고, 인체조직은 환자 100여명에게 삶의 희망을 줬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권씨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며 총학생회장과 기자로 활동했고,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권씨는 일본 연수 중 만난 남편과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둔 엄마였다. 그는 '남과 나누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아프리카 아동 후원, 연탄 나르기, 장애인 센터에서 책 읽어주기 등 봉사활동을 가족들과 함께하며 사랑을 나눴다.

딸의 이름도 '베푸는 아름다움'이라는 뜻을 담아 '시아'라고 지었다.

권씨가 젊었을 때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그러다 권씨는 지난 1일 운동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에서 치료받던 그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권씨는 2년 전에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죽으면 가지고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모든 걸 다 베풀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따라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딸 김시아씨는 "엄마가 나와 동현이에게 가르쳤던 '남들에게 베풀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마음 잘 간직할게. 우리 걱정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삶 잘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 사랑해. 그리고 보고 싶어"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문인성 기증원장은 "내게 풍족한 것을 나누는 것도 힘들지만, 소중한 것을 나누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나누고 가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