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전송 일주일 뒤 삭제 대가 1200만 원까지 오른 '불법금융' 기사형광고
불법금융행위인 소액결제 현금화 버젓이 기사형 광고
포털 뉴스제휴평가위 운영 멈추자 다시 활개, 단가도 올라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불법 금융업체가 '소액결제 현금화'(소액결제 깡)를 위해 만든 기사형광고(기사로 위장한 광고)가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이 중단되자 단가가 건당 1000만 원대까지 크게 올랐고, '치고 빠지기식' 대응이 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A언론홍보대행사와 포털 검색제휴 언론사인 B언론이 2023년 상반기에 맺은 기사형광고 계약서에 따르면 '소액결제 현금화'(소액결제 깡) 기사를 포털 네이버에 일주일 동안 노출하는 조건으로 월 1200만 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고 있었다. 언론홍보대행사들이 관련 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잘 알려지지 않은 군소 매체들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소액결제 현금화'는 신청인 명의의 휴대폰 소액결제로 게임 아이템머니, 사이버머니 등을 구입하게 하고 이를 중개업자에게 되팔아 수수료를 제외하고 현금으로 지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실상은 고금리 대출에 사기 가능성이 높아 관련 사업 및 광고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개·알선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홈페이지 '불법금융광고의 유형 및 규제' 코너를 통해 “수수료가 최대 50% 정도로 매우 높고 추후 소액결제금액 전부를 변제해야 하는 불리한 거래이므로 과도한 금전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소액결제 현금화' 업체들은 언론의 기사형광고를 이용해 불법 행위를 하는 셈이다. 기사에는 금전을 받았다는 언급이나 '광고'라는 표시가 없다.
계약 조건을 보면 업체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도록 돼 있다. 우선 '본문에 광고주 페이지로 이동하는 링크가 포함'돼야 한다. 해당 소액결제 현금화 업체의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링크를 기사에 넣도록 하는 내용이다. '제목, 본문, (기사 속 업체의) URL을 수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언론은 뉴스 송출을 하는 역할만 하고 사실상 업체와 대행사가 원하는 정보를 검증이나 확인, 수정 절차 없이 그대로 내보내도록 하고 있다. '계약기간 동안 동종 광고를 받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다.
또한 '포털 네이버 송출'이 의무적으로 돼야 한다. 네이버에서 '소액결제 현금화' 등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기사가 뜨게 해 유입을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포털 네이버 뉴스 송출이 불가하면 계약은 자동 해지된다'는 조항도 두고 있다. 포털 네이버에 의존하는 기사형광고라는 점을 드러낸다.
'소액결제 현금화' 기사의 단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기존에는 기사를 5일 또는 일주일 만에 삭제하는 조건으로 건당 200만~500만 원 사이의 단가가 형성돼 있었다. 2022년 B언론홍보대행사가 만든 제안서를 보면 기사를 일주일 후 삭제하는 조건으로 건당 400만 원을 지급했다. 기사를 삭제하지 않는 선에서 월 1000만 원까지 최대 지급한다고 돼 있다. 2023년 A언론홍보대행사의 계약서는 기사를 일주일 노출하는 조건에 1200만 원을 지급해 단가가 3배 가량 올랐다.
이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관련 기사를 쓴 언론사들에 감점을 하고 퇴출하는 등 제재가 이어지면서 관련 사업이 위축됐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2021~2022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소액결제 현금화' 를 기사로 노출한 언론사를 5곳 이상 퇴출했다.
문제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지난 2월부터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고, 지난 5월 운영 잠정중단을 공식화하면서 '제재'가 이뤄지지 않게 됐다. 제재 사각지대가 생긴 틈을 타 소액결제 현금화 업체들이 다시 기사형광고 사업을 적극 하기 시작했고 전보다 단가를 올려 건당 1000만 원대가 됐다.
한 홍보대행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소액결제 현금화 기사가 못 나갔다. 다 막혔다. 그런데 제평위가 없어진다고 소문이 나니까, 벌점이 안 나온다는 걸 아니까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사형광고를 담당한 A언론홍보대행사 대표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소액결제 현금화 기사형 광고를) 했던 건 맞는데 현재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단가가 올라간 이유를 묻자 “시장 원리에 따라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소액결제 현금화 기사는 단순 포털 제휴규정 위반 행위가 아닌 불법금융 광고인 데다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에 A언론홍보대행사 대표는 “저희만 있는 게 아니라 대행사 여러 곳이 하고 있다”며 “따로 이야기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네이버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 중단 이후 모니터링은 하지만 퇴출 등 제재는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소액결제 현금화처럼 피해가 클 수 있는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경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홍보 관계자는 “(제휴평가위 규정과 별개로) 언론사와 네이버 간 체결된 제휴 약관에 따라 광고, 홍보성 정보 등은 전송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메일을 통해 공식적으로 시정 요청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결제 현금화' 광고는 불법이지만 '언론 보도'로 나오면 규제 사각지대가 된다. 2020년 금융감독원은 소액결제 현금화 등 불법금융광고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해 사이트 폐쇄와 게시글 삭제, 계정 중지 등을 했지만 '언론 보도'에는 대응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언론의 보도는 광고로 규정할 수는 없어 보여서 판단하기 힘든 면이 있다”고 했다.
현행법상 '언론 보도'는 '광고'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2021년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사형광고를 표시광고법상 광고 규정에 따라 처벌하라고 요구했으나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수용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광고주의 의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언론사의 최종적인 결정에 따라 기사의 형태로 보도된 것에 대해 언론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없이 이를 표시광고법상의 표시광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언론사에 대한 제재 및 제도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러한 사안은 문화체육관광부 또는 언론중재위원회 등 관계 기관으로 문의하시길 바란다”고 회신했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순신의 꿈’까지 소환한 윤석열 대통령 멘토 신평 - 미디어오늘
- 대통령실, 공영방송 이어 집회·시위 제재 추진 - 미디어오늘
- “을지로위가 반기업? 누굴 대변하는지 묻고 싶다” - 미디어오늘
- 본질 외면한 초등교사 사망 보도, 루머·논란·정쟁만 키우고 있다 - 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편집국장 “도쿄전력이 언론사 선별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쁜 일” - 미디어오늘
- 국힘 추천 방통심의위원 “공영방송 개념조차 없다” 정연주 위원장 사퇴 요구 - 미디어오늘
- 한국신문협회 “생성AI, 뉴스 데이터 학습 저작권 침해 방지해야” - 미디어오늘
- 생성형AI 학습용 저작권 면책 방안에 “대놓고 베끼라는 것” 반발 - 미디어오늘
- 이상민 탄핵기각에 중앙 “무리한 정치탄핵” 한겨레 “정치적 책임 남아” - 미디어오늘
- 장기 저성장 침체 일본 최저임금 추이와 단순 비교하는 언론의 의도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