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감독 아피찻퐁 "예술도 통합…영화란 무얼까 고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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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에선 예술 형태도 통합되는 것 같아요. 제가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영화의 개념이 좁았죠. 우리가 어디로 가는가, 영화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란 건 단어일 뿐이니까요."
아피찻퐁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는 결과로써의 작품을 가장 중요하게 보기보다는 과정 하나하나를 내가 즐겼는지를 중시한다"며 "과정이 힘들었는데 결과가 좋은 것보다는 과정이 좋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은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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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요즘 세대에선 예술 형태도 통합되는 것 같아요. 제가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영화의 개념이 좁았죠. 우리가 어디로 가는가, 영화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란 건 단어일 뿐이니까요."
지난 25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태국의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 53세인 그는 "우리 세대만 해도 영화란 건 조작 가능한 매체로, 하나의 '프레임'으로 어둠 속에서 함께 꿈꾸는 행위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크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아피찻퐁 감독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시각예술가로 인정받는다.
영화 '엉클 분미'로 2010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2004년엔 '열대병'으로, 2021년엔 틸다 스윈턴 주연의 '메모리아'로 각각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그의 전시와 설치 작업은 2013년 샤르자비엔날레상, 후쿠오카상, 2014년 양현미술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0일 개막한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아피찻퐁 감독은 예술의 통합과 영화 개념의 변화를 대중의 변화에서 찾았다.
그는 "요즘 세대는 모든 사람이 창작자라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는 이유도 과거와는 다르다"며 "그곳에 가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기가 보는 것과 관계를 맺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자의 입장에선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며 "휴대전화 촬영을 통해 영상을 보편적 언어로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가 표현하는 사실과 허구에 관한 질문에는 "영화가 현실을 제대로 포착할 수 있냐는 질문인데, 답변을 하자면 영화에는 '프레임'이 있고 그 프레임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현실을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피찻퐁 감독의 영화는 난해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대중적인 작품을 내놓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오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영화에서만큼은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거나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창작할 때는 직감과 같은 것에 이끌리지, 누군가에게 맞춘다거나 '사람들이 지루해할까'라는 생각은 안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10년 전, 20년 전에 만든 작품을 보고 (그것에 반영된) 제 모습을 보면 지금의 저와는 크게 다르다"며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일기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털어놨다.
아피찻퐁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는 결과로써의 작품을 가장 중요하게 보기보다는 과정 하나하나를 내가 즐겼는지를 중시한다"며 "과정이 힘들었는데 결과가 좋은 것보다는 과정이 좋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은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정글을 영화의 공간적 배경으로 자주 활용하는 데 대해서는 "정글에 가면 긴장이 풀리고 경계심이 무너진다. 가능하다면 정글에서 촬영을 많이 하려고 한다"며 "정글은 원초적인 공간이기도 해서 우리 행위에 대한 심판 같은 게 없다. 종교나 신념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여러 작품에 출연한 배우 젠지라 퐁파스에 대해서는 "영화뿐 아니라 제 인생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며 "선과 악이 분명히 갈리는 게 아니란 걸 배웠고, 악인과 선인이 나뉘는 게 아니라 시련을 겪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인생은 복잡하다"고 했다.
아피찻퐁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국제 정세에 관한 언급도 짤막하게 했다.
미얀마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인권유린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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