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액세서리의 ‘총아’로 떠오른 ‘스마트링’
스위스 시계 판매량 제친 애플워치
이제 디지털 디바이스 업계의 새로운 전장은 손목 위 스마트워치에서 손가락으로 옮겨가고 있다. 손가락에 반지처럼 착용하는 스마트링이 디지털 액세서리의 새로운 '총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쓸 만한 스마트링이 시장에 출시된 것은 2019년 즈음이다. 결제 서비스 및 스마트키로 사용할 수 있는 커브(Kerv), 전화 통화가 가능한 오리(ORII), 건강관리 디바이스인 오우라(Oura), AI(인공지능) 비서 알렉사가 탑재된 아마존 에코루프(Echo Loop) 등이다. 다만 이 제품들은 시장에서 이렇다 할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부 디지털 디바이스 마니아의 관심만 불러일으켰을 뿐, 규모 있는 시장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가 스마트링 관련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해 이목을 끌었다. 애플은 4월 11일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애플링'과 관련된 특허를 인정받았다. 삼성전자는 2월 한국 특허청에 '갤럭시링' 상표권을 등록했으며, 7월에는 '갤럭시 펄스' '갤럭시 리듬' 등 헬스케어 서비스를 염두에 둔 상표권을 연속 출원했다. 애플 특허를 살펴보면 손가락을 활용한 제스처나 애플 펜슬을 통해 기기를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링에 탑재한 광혈류 측정 센서, 심전도 센서를 통한 심박수와 혈압 측정 등 헬스케어 기능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링 경쟁에서 핵심은 헬스케어 기능이 될 전망이다. 오늘날 스마트링은 각종 신체 정보를 수집하는 기기로 주로 사용된다. 현재 스마트링 시장에서 그나마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는 오우라를 보자. 3세대 제품까지 등장한 오우라는 지난해 초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기록했다. 오우라는 착용자의 심박수, 체온, 호흡률, 수면 데이터를 수집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이를 바탕으로 건강 정보를 체크할 수 있다. 2020년 미국 한 대학 연구팀이 오우라로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증상 발현 전 알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아 주목받기도 했다. 미국프로농구협회(NBA)는 선수들의 신체 모니터링을 위해 오우라 2000개를 구입하기도 했다. 2시간 충전하면 일주일가량 사용할 수 있어 초창기 스마트링에 비해 사용 편의성도 높아졌다.
선수용 스마트링 2000개 구입한 NBA
스마트링은 아예 생소한 IT(정보기술) 플랫폼이 아닌, 스마트워치처럼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 기댈 수 있다는 점에서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혼합현실(MR) 디바이스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는 점도 스마트워치에 호재다. MR 시장은 그간 부침을 거듭했다. 2013년 구글 글래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MS) 홀로렌즈, 2019년 메타 퀘스트 등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반짝 관심을 받았으나 실제 판매는 저조했다. 신체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이자 간단한 메시지를 알려주는 출력기인 스마트링과 MR 디바이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디지털 혁신이 또 다른 IT와 만나 의외의 파급력을 낼지 모른다.김지현 테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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