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연승 미러클 주역들이 답했다…"비결? 이승엽 감독님 믿어주셔서"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비결이요?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믿어주시고 기용해 주시니까."
두산 베어스가 구단 새 역사를 썼다. 두산은 25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8-5로 승리해 구단 역대 최다인 11연승을 질주했다. 팀 통산 5284경기(2707승2470패107무) 만에 달성한 최초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김인식 감독 시절인 2000년, 김태형 감독 시절인 2018년에 달성한 10연승이었다.
개막 전까지 두산은 변수로 가득한 팀이었다. FA 시장에서 포수 최대어 양의지를 4+2년 152억원에 영입하고, 2020년 20승 에이스로 활약한 라울 알칸타라를 다시 데려오며 전력을 보강했으나 5강 외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이승엽 감독이 어떻게 두산 왕조를 재건할지 물음표가 붙었던 게 사실이다. 2선발 딜런 파일(현 방출)이 개막부터 부상으로 이탈한 여파로 6월 들어 마운드에 과부하가 걸리고, 6위까지 떨어지면서 전문가들의 분석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시즌 81경기를 치른 지금. 두산은 KBO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구단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7월 무패 행진을 이어 가며 시즌 성적 44승36패1무로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6월까지 1위 LG 트윈스와 11.5경기차까지 벌어졌던 거리를 현재 4.5경기차까지 좁혔다. 두산이 선두권을 언제까지 압박하며 쫓아갈지는 알 수 없지만, 7월에만 7경기차를 좁힌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떻게 구단 역사를 쓰며 반등하는 드라마 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었을까. 11연승의 주역들에게 비결을 물었다.
◆ 정수빈(이승엽 감독에게 11연승을 선물하겠다던 외야수)
내가 감독님께 11연승을 선물하겠다고 그렇게 말은 했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분 좋다. 좋은 선물을 해 드린 것 같다. 우리 팀이 시즌 초반에는 좋았다 안 좋았다 하다가 7월에 들어서면서 팀 분위기도 좋아지고 연승도 달리고 모든 면이 좋아졌다.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니까 선수들이 보답하지 않았나 싶다. (허)경민이도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고 있고, 후배들이랑 팀 분위기도 잘 이끌고 있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선수들이 전부 다 들뜨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자기 할 것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11연승을 한 것 같다. 몇 연승 해야지 이런 생각은 잘 안 했다.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믿고 기용해 주시니까. 나도 마찬가지고, 모든 선수들이 그 점에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못한다고 바로바로 교체하지 않고, 지금은 못하더라도 계속 기용을 해주시니 선수들이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 같다.
◆ 허경민(10연승, 11연승 결승타를 친 주장)
좋은 선후배, 동료들과 감독, 코치님을 만나 영광이 있는 것 같다. (11연승) 결승타 쳤을 때 제발 이대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대로 이어져 기분 좋다. 선수들이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연승은 신경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질 때도 있겠지만 연승 연패보다 꾸준히 위닝시리즈를 했으면 한다.
확실히 (정)수빈이가 좋은 선수인 게, 묵묵히 시즌 초부터 (몫을) 잘해줬다. 항상 내가 전반기에 하드캐리 했는데, 올 시즌은 수빈이가 반대로 잘해줬다. 수빈이와 나 둘 다 만족하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 감독님께 많이 죄송했다. 편하게 해주시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죄송했다. 후반기는 (잘해서) 감독님과 눈을 많이 마주치고 싶다.
◆ 김재환(이승엽 감독이 후반기 무서운 요소로 꼽은 원조 4번타자)
11연승인데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다. 선수단 모두가 합심해서 만든 결과다. 내 홈런이 팀 역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면 그 자체로 감사하다. 후배들에게 고맙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겠다. 연승 기록을 떠나 올해 늦게까지 야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팬 여러분이 계시기에 가능했던 기록이다. 원정에도 많은 분들이 응원을 와주신 덕에 연승이 시작됐다. 홈팬들 앞에서 기록을 달성해 뿌듯하다. 역시 응원은 두산 베어스다.
◆ 정철원(11연승 세이브 투수)
9회든 8회든 감독님께서 나를 믿어서 올려주셨다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두산의 11연승 세이브 투수가 돼서 기분 좋다. 앞으로도 계속 시간은 흐르니까. 또 좋은 추억들을 같이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25일) 급하게 몸을 풀긴 했는데, 충분히 쉬었고 구속도 잘 나오는 것 같아 자신 있게 마지막에 직구를 던졌다. 잘 맞았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멀리 타구가 뻗어 나갔다(결과는 외야 뜬공). 기세로 이겼다고 생각한다.
◆ 이승엽 감독(선수들에게 박수만 쳐줬다는 11연승 감독)
감독 맡은 지 1년도 안 됐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팀이 조금씩 안정되면서 조금씩 선수들을 알아가면서 경기를 풀어나가고 조금씩 좋아진 게 지금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선수들이 잘한 것이다. 주장 허경민이 훌륭하게 팀을 이끌어 주고 있다.
(감독이 선수들을 믿어줘서 11연승?) 아니다. 유격수도 많이 바꾸고 2루수도 바꾸고, 성적이 안 나오면 퓨처스팀에도 보냈다. 어쩔 수 없다. 28인 엔트리 차지를 위해 많은 선수들이 퓨처스팀에서 준비하고 있다. 더 기회를 주고 싶어도 기회를 줄 수 없어 힘들 때가 있다. 퓨처스에서 뛰는 선수들도 경기를 나가지 않는 선수들도 1군에서 경기할 때 준비를 항상 하기에 그게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하는 것은 없다. 박수만 쳐주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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