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아이 때려야 한다는 대중들, 너무 걱정스럽다"

홍민성 2023. 7. 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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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추락 논란에 입 연 오은영 박사
교사 사망 사건에 "마음 아프다"
"금쪽이, 환상 아닌 희망 주는 것"
오은영 박사. / 사진 = 한경DB


육아 전문가 오은영 박사가 자신의 '체벌 금지' 교육관이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아이들을 때리지 않기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는 일부 대중들의 논리는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오 박사는 25일 공개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 담임 교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누구의 권리는 덜 소중하고 더 소중하겠나.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권리 역시 소중하다는 건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오 박사는 훈육은 찬성하되 폭력적인 체벌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저는 체벌이 아닌 때리는 폭력을 반대한다. 때리지 않고 충분히 훈육할 수 있다"며 "아이를 때리는 방법을 통해서만 훈육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폭력은 누구에게도 정당화될 수 없다. 사람이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를 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는 걸 보고 마음이 가장 아팠다. 아이들을 다시 때려야 한다, 선생님들에게 몽둥이를 쥐여 줘야 한다는 (일부 대중의) 반응들은 너무 걱정스럽다"며 "지금 선생님들이 바라는 게 그런 교권도 아니고 저 역시 선생님들이 교사로서 자긍심을 가지며 일하길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고 털어놨다.

오은영 박사. / 사진=연합뉴스


오 박사가 진행하는 육아 상담 방송 이른바 '금쪽이류' 프로그램이 복잡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온 데 대해선 "금쪽이는 인간 개조 프로그램이 아니다. 육아의 길을 잃은 부모가 문제를 공개하고, 문제의 원인과 이유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앞으로의 육아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라며 "노력이라는 과정을 통해 아이가 이전에 비해 조금씩 변하는 게 있다면 그건 환상이 아니라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박사는 자신이 쓴 책의 ▲교사의 입에서 '조심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돌아와야 한다 ▲학기가 얼마 안 남았으면 좀 참긴 하는데 교감이나 교장을 찾아가 보도록 하라 ▲아이가 너무 예민한 편이니 그다음 해에 담임교사를 배정할 때 고려해달라고 부탁한다 등 대목이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 '갑질 매뉴얼'로 읽힌 데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오 박사는 단편적인 부분만 논란이 돼 진의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는 외부적으로는 드러나는 문제가 없어서 선생님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아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선생님에게 잘 설명하라는 뜻"이라며 "잘못을 꾸짖어서 사과받으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교감,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라는 건 선생님이 잘못해서 고자질하라는 게 아니라 아이 상황에 대해 잘 의논하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은영 박사 /사진=한경DB


앞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등 교권 추락 문제가 이어지면서 체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오 박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그동안 '체벌 금지'를 강조해온 오 박사의 교육관이 학부모들에게 영향을 끼쳐 제2, 제3의 소위 '금쪽이'가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서울대 의학 박사는 오 박사가 진행하는 상담 방송이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번의 상담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취지의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서 박사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무슨 상담 몇 차례나 교육 몇 차례? 바보나 얼뜨기 아마추어 아니면 그런 것으로는 씨알도 안 먹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쯤은 다 안다"며 "'금쪽이 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그런 솔루션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차례의 상담, 또는 한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결 못하는 부모와 교사에게 책임이 갈 수밖에 없다"며 "실력이 부족하든, 노력이 부족하든 둘 중 하나다. 그런데 그리 간단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정신과 의사라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오 박사의 교육관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오 박사의 인스타그램에 몰려가 "박사님 덕에 교육현장에 금쪽이만 있다", "약물치료 없이 금쪽이와 30명 남짓한 아이들을 1년만 현장에서 가르쳐보라", "세상이 금쪽이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나"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오 박사가 쓴 책의 몇 대목을 끌어와 "교권 추락에 한몫하셨다"고 주장한 이들도 많았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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