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생존자들의 ‘필사의 탈출’…지하차도 중앙쪽 영상 최초 공개
[앵커]
KBS가 충북 오송 지하차도 가장 깊숙한 곳에 고립됐다 극적으로 탈출한 마지막 생존자들의 모습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영상 속 생존자들과 사망자 유가족은 참사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는 관계 기관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길 바란다며 영상 보도에 동의했습니다.
급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정진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오송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합니다.
지하차도로 진입한 지 불과 몇 초 만에 차량 앞 덮개까지 물이 차오릅니다.
무섭도록 빠르게 밀려드는 물살에 차량은 점점 지하차도 안쪽으로 떠밀려 들어갑니다.
물은 순식간에 어른 허리 높이까지 차오르고 차량이 잠기기 시작합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임을 직감한 사람들은 차에서 빠져나와 지하차도 끝 출구를 향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거세게 들이치는 물살 탓에 얼마 나아가지도 못하고 다시 지하차도 안쪽으로 떠밀려 되돌아 오고 맙니다.
이제는 지하차도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겨 바닥에 발조차 닿지 않는 상황.
당황한 사람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기 시작합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음성변조 : "'이제 정말 끝이구나' 생각했는데, 발에 뭐가 닿아서 차서 (벽을) 잡고, 그때부터는 숨 쉬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어가지고..."]
절체절명의 순간.
한 남성이 물 위에 떠 있는 차량으로 헤엄쳐 올라서더니, 뒤이어 남은 사람들을 차 위로 끌어 올립니다.
지하차도 한가운데 고립된 사람들은, 전화기를 붙잡고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
이미 지하차도 천장 근처까지 물이 들어차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30cm 남짓에 불과합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지하차도 입구까지 이어진 천장 철제 구조물, 생명의 끈을 붙들기 위해 누런 흙탕물 속에 다시 몸을 던집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 : "'빠져나가야 한다' 이런 생각이라기보다도 그냥 몸이 알아서 막 움직이고 그랬던 것 같아요."]
불과 10여 초 뒤, 이들의 모습을 담던 차량마저 완전히 물에 잠기며 영상은 끝이 납니다.
마지막까지 재난 대응 기관 어느 한 곳의 도움조차 받지 못한 채 스스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해야 했던 영상 속 네 명 중 한 명은, 끝내 지하차도를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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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규 기자 (jin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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