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평가는 시즌 뒤 받겠다” 이승엽 감독은 ‘엔딩’이다

안승호 기자 2023. 7. 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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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잠실 롯데-두산전으로 11연승을 달성한 두산 이승엽 감독이 허경민과 함께 물을 맞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과정은 소중하다. 그러나 ‘과정’으로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그라운드의 ‘이치’를 너무도 생생히 경험했다. 삼성 간판으로 뛰면서는 2002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하기 전까지 페넌트레이스에서 켜켜이 쌓아놓은 업적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고, ‘국민타자’로 국제대회에 출전해서는 결정적 홈런 한 방으로 부진했던 과정마저 승화시키는 ‘엔딩의 왕자’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해, 구단 역사를 바꿔놓는 큰 이정표를 세우고도 무척 차분했다.

두산은 지난 25일 잠실 롯데전 승리로 11연승을 달렸다. 두산은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이던 2000년 6월과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쥐고 있던 2018년 6월, 두 차례 10연승 이력을 남겼지만 11연승에 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선배 사령탑인 김인식 감독과 김태형 감독과 비교하는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아직 1년도 안 된 감독이다. 비교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감독으로 이런저런 평가를 하는 것은 유보해달라는 얘기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사실, 모든 평가는 시즌 끝난 다음에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올시즌 우리 팀은 아직 60경기 남짓이나 남았다”며 “내일부터 또 어떤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당장 내일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 6월을 마칠 때만 하더라도 6위까지 처졌지만 7월 들어 지난 25일 롯데전까지 전승이자 11연승을 달리며 3위까지 오른 가운데 선두 LG와 4.5게임, 2위 SSG에는 3게임차까지 따라붙었다. 7월 들어서만 두 팀과 간격을 각각 7게임차나 줄였다.

이 감독이 “나중에 평가받고 싶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은 더 높은 곳으로 가려는 의지 표현으로도 보였다. 이 감독은 이 대목에서 “선수들도 당연히 만족하지는 않겠지만, 스태프들도 더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며 “계속 집중해서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시즌을 끝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받는 평가라면 그저 ‘중간평가’ 정도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연승 과정에서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팀 전력에 대해서도 일면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개막 이후 힘든 시기가 참 많았다. 그런 시기를 보내면서 조금씩 선수들을 알아가고, 또 조금씩 좋아지면서 지금까지 온 것 아닌가 싶다”면서 “지금은 연승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연패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역시 마음 편히 (기량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25일 잠실 롯데-두산전 이후 전광판에 11연승 자축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이 감독이 감독 데뷔 첫해 두산 연승 역사를 바꿔놓는 것은 예상치를 벗어난 ‘대박’이다. ‘함박웃음’을 지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연승에 대해서는 작은 미소만 흘렸다. 이 감독은 “경기 뒤 ‘두산 베어스 최초 11연승’ 문구가 전광판에 올라오는 것을 보니 실감이 났다”며 “경기 끝나고는 크게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때 문득 ‘11연승 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고 말했다.

더 나은 ‘엔딩’을 향하는 이 감독의 현재 마음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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