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Y] 생활고인데 2억대 보험료 납부?...보험설계사의 황당 해명

홍성욱 2023. 7. 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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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0대 여성에게 보험 수십 개를 가입시킨 보험설계사들이 있습니다.

한 달에 최대 수백만 원 넘는 보험료를 내며 여성은 생활고에 시달렸는데요.

낼 돈이 부족하자, 약관 대출과 신용대출까지 받아 보험료를 내야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청자 제보를 홍성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원주에서 식품공장을 다니는 54살 A 씨.

A 씨가 보험설계사 2명으로부터 가입한 보험은 2013년 이후 확인된 것만 모두 28개.

남편과 자신의 이름으로 암보험부터 치매, 치과, 의료비, 화재, 운전자보험까지.

개당 수십만 원씩 나가는 종신보험은 4개나 가입했습니다.

[A 씨/보험가입 피해자 : 언니(보험설계사)가 여기 보험 이렇게 어디 가면 좋다고 들으라고 그렇게 한 거예요. 나는, 나는 잘 모르니까요. 내가 뭐 보면 알아요.]

해마다 새로 가입한 보험 개수가 늘어나면서 월평균 200만 원이 넘는 보험료를 내야 했습니다.

월급이 모자라면 가입한 보험에서 약관 대출을 받아 보험료를 냈습니다.

[A 씨/보험 가입 피해자 : 약관 대출받고요. 그렇게 해서 저기(보험료 납부) 했죠. (약관 대출은 누가 받으라고 한 거예요?) 저기요. (보험)설계사요.]

약관 대출로도 보험료 납부가 어렵고 생활이 쪼들리자 지난 2020년과 21년 세 차례에 걸쳐 제3금융권에서 수천만 원 대출까지 받아 사용했습니다.

[A 씨/보험 가입 피해자 : 돈이 없으면 저기(대출)를 하라고요. 돈이, 저축 은행이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

A 씨는 사실 지적장애를 안고 있었습니다.

최근 병원 검사를 통해 확인한 A 씨 사회적 연령은 10살 수준,

의사는 사회생활 적응을 위해 타인의 보호와 감독이 수시로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가족들은 직장생활에 문제가 될까 봐 그동안 A 씨의 지적장애 사실을 숨겨왔다고 밝혔습니다.

[A 씨 가족 :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이거를 이렇게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있구나. 앞으로도 생길 수 있겠구나. 그래서 이분들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제2의 또 이런 피해자가 또 나올 수 있잖아요.]

제보 이후 YTN 취재가 이어지자 보험설계사 이 모 씨와 강 모 씨는 A 씨가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적장애인 진단 심사는 지금까지 낸 보험금을 환급받기 위해 받은 것으로, 실제로는 사회적 연령이 낮은 사람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보험 설계사 강 모 씨·동료(음성 변조) : (가입한 보험 중에) 중복되는 건 없잖아요. 직업이 보험금 청구인 사람도 봤어요. 중복되는 건 없잖아요.]

A 씨 부부가 지난 2013년부터 설계사 2명으로부터 가입한 뒤 낸 보험료는 확인된 것만 2억 3,000여만 원.

보험 혜택을 받은 건 치과 치료 6백만 원이 전부였고, 보험료 납부로 생활고에 시달린 후 받은 수천만 원 대출은 빚으로 남았습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앵커]

YTN 취재 당시 해당 보험설계사들은 자신들이 A 씨 부부에게 제대로 보험 설계를 해줬으며, 아무 문제가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A 씨 부부가 가입한 보험을 살펴본 다른 보험 설계사 의견은 달랐습니다.

이어서 지 환 기자입니다.

[기자]

A 씨 부부에게 보험을 가입시킨 보험설계사 이 모 씨와 강 모 씨.

생명보험회사 소속인 이 씨는 종신보험 4개와 치매, 암보험, 의료비 등 보험 10건을,

법인 보험대리점 소속인 강 씨는 실비와 상해, 치과, 운전자 보험 위주로 18건을 가입시켰습니다.

이들로부터 A 씨가 가입한 보험은 확인된 것만 수년에 걸쳐 28건.

설계사와 대리점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강 모 씨 / 보험설계사 : (이렇게 보험 안 들죠?) 네, 여기는 안 들죠. (왜 이렇게 들었을까요?) 본인한테 물어보시라고.]

강 씨 등 설계사들은 A 씨가 보험에 가입할 당시 다른 보험사 가입 여부는 알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강 모 씨 / 보험설계사 : (보험을 다른 사람(설계사)한테 뭐를 들었는지 알 수 없는 거죠?) "그렇죠. 그렇죠. 저분 역시 이렇게 보험이 많은 걸 알겠어요? 모르죠.]

하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각기 다른 보험사라도 고객이 기존에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또 이를 확인하는 건 설계사 기본적인 업무입니다.

[보험사 관계자(보험설계사) : (보험)설계사가 그걸 몰랐다고 그럴 수는 없어요. 저희가 의뢰를 받으면 이분이 어떠한 보험의 규모가 있고 보험을 가입했는지 먼저 확인한 후에 그분에게 맞는 맞춤 보험을 해 줄 수 있고.]

A 씨 부부가 가입한 보험 목록을 본 다른 보험설계사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험 설계사 : 일반적으로 이렇게 설계하는 경우는 없죠. 이건 설계사를 위한 (보험)설계인 거죠.]

거듭 문제를 제기하자 강 씨 등은 보험 가입 여부가 아닌 정확한 보험료를 확인할 수 없었고, A 씨 보험 가입 당시에는 조회되는 것이 없었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맞벌이하는 A 씨 부부 월 수익은 둘이 합쳐 600만 원 정도.

전문가들은 부부 경제적 능력에 비춰 빚까지 지며 수백만 원 보험료를 낸 건 너무 과하다고 지적합니다.

[함태환 / 인카금융서비스 지점장(보험 설계사) : 고객이 오히려 가입하고 싶다고 엄청나게 얘기를 했다 하더라도 설계사 입장에서는 한 번 걸렀어야 하는, 좀 심하게 그러니까 이건 좀 과하다라는 정도가 아니라 이건 좀 심하게 가입을 시킨 거라고 보입니다.]

가족들은 판단력이 떨어지는 A 씨에게 무리하게 보험 판매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 수사를 의뢰할 예정입니다.

YTN 지 환입니다.

촬영기자 : 홍도영 박진우

YTN 홍성욱 (hsw05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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