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공약의 힘" 강조하던 미…월북 병사에 발목? [월드리포트]
미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의 힘 입증할 때"
동북아는 그런 측면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이며 그 중심에 북한이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한국과 일본의 핵 개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타이완이 이에 자극받아 핵무장을 결심할 경우, 중국의 군사 행동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타이완은 이미 1980년대 중반 단기간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보다 핵 개발에 더 근접한 상태에서 중단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사상 첫 북미 대화가 열리는 등 깜짝 대화 기류가 형성됐지만 이 대화가 결렬되면서 오히려 북미 관계는 전보다도 훨씬 못한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미 정부 당국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오바마 행정부 때와 같은 '전략적 인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대북 관계에서 중요한 건 신뢰 구축이 아니라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고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안보 공약의 힘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최근 발언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때 발표된 '워싱턴선언'은 이런 흐름에서 나온 것입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우리 국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도록 미국과 핵 정보 공유와 기획, 연습을 강화하고 전략 자산도 보다 자주, 강도 높게 전개해 확실한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양자 차원을 넘어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해 보다 확실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 방안이 논의될 걸로 보입니다.
월북 미군…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미
그런데 미국의 이런 구상에 갑자기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공동경비구역 견학 중 돌연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등병입니다. 평소 말썽을 자주 일으켰던 킹 이등병이지만 미국이란 나라는 그런 병사도 함부로 처리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브리핑 때면 빠지지 않고 킹 이등병 관련 질문이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자진 월북이라고 해도 미국 정부는 그의 송환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자칫 자국민, 자국 군인을 버렸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경우 재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 국방부와 UN, 한국과 스웨덴 등 가용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킹 이등병이 어디에 있는지, 안전한 상태인지 북한 측에 확인을 요구했지만 북한 측에선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초기 UN군 사령부를 통해 미국 측 요구 사항이 전달됐다는 점만 확인됐을 뿐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 도발에 맞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하는 동시에, 킹 이등병 안전 확인과 송환을 위해 북한의 호응을 기다려야 하는 이중적 상황을 맞게 된 겁니다.
월북 미군, 한미일 회담 결과에 영향 미칠까
북한이 20여 일 남은 한미일 정상회담 전에 월북 미군에 대한 처리 방향을 내놓을지, 아니면 회담에 작은 영향력이라도 행사하기 위해 그를 카드로 활용하려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북한의 의도가 어떤 것이 됐든 미국으로서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북한을 상대로 강온 양면책을 동시에 써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동북아 안보 협의체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큼 관심이 집중된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북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사진=연합뉴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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