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행성 탐사 돌파구를 연 인턴의 발견

한겨레 2023. 7. 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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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우주탐사 역사]
(6) 천체 중력 이용한 행성 탐사 비행
2023년 6월19일 유럽우주국의 우주선 베피콜롬보가 수성을 근접비행할 때 2536km 떨어진 거리에서 찍은 사진. 유럽우주국 제공

행성 탐사에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행성을 단순히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 방법, 행성 주위를 계속 도는 방법, 그리고 행성 표면에 착륙하는 방법이다.

세가지 방법 중에 행성을 스쳐 지나가는 근접비행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까운 위치에서 행성을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행성 주위를 도는 궤도선은 오랫동안 행성을 가까이에서 관측할 수 있고, 행성에 착륙하는 착륙선은 한정된 면적이기는 하지만 행성 표면을 매우 가까이에서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궤도선과 관측선은 근접비행에 비해 기술적으로 더 어렵고 경제적으로 더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지구에서 발사된 탐사선이 행성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행성에 부딪히거나 행성을 스쳐 지나간다. 행성 궤도선이 되려면 행성을 스쳐 지나가는 중에 로켓을 역추진해 속도를 충분히 줄여야 한다. 그래야 탐사선이 행성의 중력에 갇혀 행성 주위를 공전하게 할 수 있다. 지구에서 날아온 탐사선이 금성 표면 400km 상공을 도는 공전궤도에 진입하려면 적어도 초속 3.2km를 감속해야 한다. 달 표면 100km 상공을 도는 공전궤도 진입에 필요한 초속 0.82km의 감속보다 훨씬 크다. 금성보다 중력이 작은 화성의 경우 화성 표면 200km 상공의 공전궤도에 진입하려면 초속 2.1km를 감속해야 한다. 달 궤도선보다 더 많이 로켓추진을 해야 하기 때문에, 행성 궤도선에 싣고 가야 할 로켓과 로켓연료의 질량도 크다. 더 크고 강력한 발사체가 필요하다. 정확한 위치에서 정확히 속도를 줄여야 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행성 표면에 사뿐히 연착륙하려면 궤도선보다 속도를 훨씬 더 많이 줄여야 한다. 그런데 대기가 있는 행성은 로켓 역추진 대신 대기의 공기저항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다. 그만큼 탐사선에 싣고 가는 로켓과 연료의 질량을 줄일 수 있다. 대기의 두께와 압력이 지구보다 훨씬 큰 금성에서는 대기의 공기저항으로 속도를 줄이는 효과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아폴로 프로그램의 달 귀환선처럼 로켓 추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금성 표면에 연착륙할 수 있다. 화성의 대기는 지구에 비해 얇고 대기 압력도 표면 기준으로 지구의 16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화성 대기의 공기저항으로 줄일 수 있는 속도도 적지 않다.

그림 1. 금성 표면 400km 상공을 도는 궤도선이 되려면 금성에 가까이 접근했을 때 궤도선의 속도를 초속 3.2km 이상 감속해야 한다. 금성 착륙선은 금성 대기권에 진입해 공기저항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로켓 역추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금성 표면에 연착륙할 수 있다.

매리너 9호, 간발의 차이로 첫 화성 궤도선에

행성 궤도선과 착륙선 중에서는 금성 착륙선이 가장 먼저 성공했다. 1970년 8월17일에 발사된 소련의 베네라 7호(Венера-7)는 같은해 12월15일 금성 대기에 진입했다. 착륙선은 금성 표면 60km 상공에서부터 낙하산을 펴고 내려 오면서 금성의 대기를 측정했고, 금성 지표면에 초속 17m의 속도로 충돌했다. 이 충돌 속도에도 살아남은 베네라 7호는 23분간 전파신호를 보냈다.[1]

금성 주위를 돈 첫 금성 궤도선은 소련의 베네라 9호(Венера-9)로 궤도선과 착륙선을 함께 탑재해 1975년 7월8일 발사됐다. 궤도선은 같은해 10월20일 금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에 진입했고 착륙선은 10월22일 금성 표면에 도달했다.[2]

미국은 소련보다 훨씬 나중에 금성 궤도선과 착륙선을 보냈다. 미국의 첫 금성 궤도선은 파이어니어 비너스 1호(Pioneer Venus 1)로 1978년 5월20일에 발사되어, 같은해 12월4일 금성 주위를 도는 타원 궤도에 진입했다.[3] 미국의 첫 금성 착륙선은 파이어니어 비너스 2호(Pioneer Venus 2)로 1978년 8월8일 발사됐다. 길이 2.5m의 운반선(bus), 지름 1.5m의 대형 탐사선(large probe), 그리고 지름 0.8m의 소형 탐사선(small probe) 3개가 금성 대기권에 진입해 금성 표면에 충돌했다. 소형 탐사선 중의 하나는 금성 표면에 충돌한 이후에도 살아남아 1시간 넘게 전파신호를 보냈다.[4]

미국과 소련의 화성 궤도선 경쟁은 막상막하였다. 소련은 첫 화성 궤도선과 착륙선을 포함한 마스 2호(Марс-2)를 1971년 5월19일에 발사한 반면,[5] 미국은 11일 뒤인 5월30일에 첫 화성 궤도선 매리너 9호(Mariner 9)를 발사했다.[6] 매리너 9호는 마스 2호보다 13일 이른 11월14일에 화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에 진입했다. 발사는 약간 늦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미국의 매리너 9호가 첫 화성 궤도선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마스 2호는 화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에 진입한지 얼마되지 않아 화성 착륙선을 분리해 화성 표면에 착륙을 시도했지만 연착륙에 실패하고 추락했다.

화성 착륙선 경쟁은 소련이 앞섰다. 화성 표면에 연착륙한 최초의 화성 착륙선은 마스 3호(Марс-3)이다. 화성 궤도선과 함께 1971년 5월28일에 발사되어 같은해 12월2일에 궤도선은 화성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에 진입했고 착륙선도 화성에 연착륙했다.[7] 착륙 90초 후에 20초 동안 통신이 유지됐지만 이후 통신이 두절됐다. 미국의 첫 화성 착륙선은 바이킹 1호(Viking 1)로 궤도선과 함께 1975년 8월20일에 발사되어 다음해인 1976년 7월20일 화성 표면에 착륙했다. 1982년 11월11일 통신이 두절될 때까지 바이킹 1호는 6년 이상 작동했다.[8]

그림 2. 소련의 두번째 금성 착륙선 베네라 9호가 1975년에 찍은 금성 표면 사진(위)과 미국의 첫번째 화성 착륙선 바이킹 1호가 1976년에 찍은 화성 표면 사진(아래). 출처: Wikimedia Commons, NASA

중력도움 비행을 개척한 파이어니어 10호

금성과 화성에 이어 세번째로 탐사한 행성은 목성이었다.

1972년 3월3일에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Pioneer 10)는 1973년 12월4일 목성 표면에서 약 13만km 떨어진 위치까지 접근했다. 목성의 지름보다 짧은 거리였다. 파이어니어 10호는 목성에 다가가기 전에는 태양계를 벗어날 수 없는 속도였지만, 목성을 근접비행하고 난 후에는 탐사선의 속도가 더 빨라져서 태양계를 벗어날 수 있는 속도가 되었다. 로켓추진 없이 단순히 목성 근처를 지나가는 것만으로 탐사선의 속도를 높이는 중력도움 항법의 결과였다. 파이어니어 10호는 첫 목성 탐사선이면서 태양계를 벗어나는 속도로 날아간 최초의 탐사선이기도 하다.[9]

탐사선이 행성의 중력에 끌려 행성에 다가갔다가 멀어지는 과정에서 탐사선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꾸기도 하지만, 탐사선이 속도를 더 얻거나 더 잃기도 한다. 중력도움이라고 불리는 이 항법에서 탐사선이 속도를 얻고 잃는 것은 탐사선이 행성에 다가가고 멀어지는 방향에 달려 있다.

그림 3.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의 비행궤적. 파이어니어 10호(파란색)는 최초로 목성을 근접비행했으며, 태양계를 벗어나는 속도를 달성한 최초의 탐사선이다. 파이어니어 10호는 로켓 추진 없이 목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만으로 초속 10km 이상의 속도를 추가로 획득했다. 파이어니어 11호(분홍색)는 목성 근접비행을 거쳐서 최초로 토성 근접비행을 했다. 그림에서 P10는 파이어니어 10호를, P11는 파이어니어 11호를 의미한다.

탐사선의 속도를 높이려면, 탐사선이 행성이 공전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행성에 다가가서, 행성이 공전하는 방향과 비슷하게 멀어져야 한다. 이 경우 목성을 따라가면서 보면 탐사선이 다가올 때나 멀어질 때의 속도는 같지만, 태양을 기준으로 보면 목성의 공전속도가 더해지면서 행성에서 멀어질 때 탐사선의 속도가 더 커진다. 파이어니어 10호는 이렇게 속도를 높이는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해, 로켓추진 없이 추가로 초속 10km 이상의 속도를 얻었다.

목성에 다가가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태양계를 벗어날 수 있는 속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탐사선이 목성에 도달할 수 있으면, 목성보다 훨씬 먼 곳에 있는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도 갈 수 있다. 목성 너머의 행성을 근접비행한 첫 탐사선은 파이어니어 11호(Pioneer 11)이다. 1973년 4월5일에 발사된 파이어니어 11호(Pioneer 11)는 1974년 12월3일 파이어니어 10호에 이어 두번째로 목성 근접비행을 했다. 이 과정을 통한 중력도움으로 파이어니어 11호는 속도를 높이고 방향을 바꿔 토성을 향해 날아갔고, 1979년 9월1일 최초로 토성 근접비행을 했다. 이후 파이어니어 11호도 태양계를 벗어날 수 있는 속도로 날아가고 있다.[10] 참고로, 소련과 소련 해체 후 러시아는 금성과 화성 외에는 다른 어떤 지구 밖 행성도 단독으로 탐사한 기록이 없다.

그림 4.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에 실린 ‘파이어니어 금속판’. 금속판 왼쪽 그림의 방사 모양 선들은 태양의 위치를 중심으로 태양계 주변의 14개 펄사(전파를 내뿜는 자전하는 중성자별)와 은하 중심의 위치와 거리를 나타낸 것으로, 태양계의 위치를 위치를 알 수 있는 그림이다. 오른쪽 그림은 파이어니어호의 모양 앞에 사람 남녀의 모습을 그렸다. 아래 그림은 태양계와 파이어니어호가 태양계를 빠져나오는 것을 그렸다. 1970년대에는 명왕성이 아직 행성으로 분류되고 있어서 그림에 명왕성도 포함되어 있다. 사진출처: NASA

수성을 3번 근접비행한 매리너 10호

금성, 화성, 목성에 이어 4번째로 탐사한 행성은 수성이다. 지구에서 발사하는 탐사선은 지구의 공전속도인 초속 29.8km를 덤으로 얻고 날아가는데, 이 속도를 충분히 줄여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는 수성에 다가갈 수 있다. 지구 250km 상공 저궤도에서 출발하는 탐사선은 속도를 초속 4.7km 이상 높이고, 지구가 공전하는 방향과 반대로 지구에서 멀어져야 한다. 그런데 금성의 존재가 문제를 더 쉽게 만든다. 금성에 다가가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탐사선의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줄여서 수성을 향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성에 탐사선을 보낼 수 있으면, 이 탐사선을 수성에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수성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만큼, 태양에 의한 열과 태양풍을 견딜 수 있도록 수성 탐사선을 만드는 것도 필수이다.

수성에 근접비행한 첫 탐사선은 1973년 11월4일에 발사된 매리너 10호(Mariner 10)이다. 매리너 10호는 금성에 다가가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수성을 향해 날아갔고, 탐사선이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인 공전주기를 176일로 만들었다. 수성의 공전주기 88일의 2배였다. 탐사선이 수성을 근접비행한 후 태양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면, 그 사이 수성은 태양을 두 바퀴 돌고 돌아와 다시 만날 수 있다. 매리너 10호는 이 방법으로 1974년 3월29일, 1974년 9월21일, 1975년 3월16일 이렇게 세 차례 수성을 근접비행했다.[11]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인 반면, 매리너 10호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탐사선의 속도를 줄였다. 이렇게 탐사선의 속도를 줄이려면 행성이 공전하는 방향과 비슷하게 행성에 다가가서, 행성이 공전방향는 방향과 비슷하게 멀어져야 한다.

그림 5. 첫 수성 탐사선 매리너 10호의 비행궤적. 금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탐사선의 속도를 줄였다. 탐사선의 최종 공전궤도의 공전주기는 176일로 수성의 공전주기 88일의 2배이다. 탐사선이 수성을 근접비행하고 태양을 1바퀴 돌고 돌아오면 수성은 태양을 2바퀴 돌고 돌아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1974년 12월10에 발사된 헬리오스 A호(Helios-A)와 1976년 1월15일에 발사된 헬리오스 B호(Helios-B)는 태양에 가까이 가서 태양을 관측한 태양 탐사선이다.

독일 통일 전 서독과 미국이 같이 만든 탐사선으로 중력도움 없이 태양에 가깝게 다가갔다. 태양에 가장 가까운 거리인 근일점은 헬리오스 A호가 4600만km로 수성의 근일점과 비슷하고,[12] 헬리오스 B호의 근일점은 4300만km로 수성의 근일점보다 태양에 더 가깝다.[13] 중력도움 없이 이 정도로 태양에 가깝게 접근하려면, 지구에서 출발하는 탐사선의 속도가 목성에 도달하기 위한 속도보다 더 빨라야 한다. 헬리오스호를 보내기 위해 사용한 발사체는 타이탄 3E(Titan IIIE)로, 이후 바이킹 1호와 보이저 1·2호의 발사에도 쓰였다.

그림 6. 세가지 중력도움 항법. 왼쪽은 탐사선의 속도를 높이는 중력도움. 행성의 공전 방향과 다르게 다가와서 비슷하게 멀어져야 한다. 가운데는 탐사선의 방향만 바꾸는 중력도움. 다가올 때가 멀어질 때 행성의 공전방향과 다른 정도가 같아야 한다. 오른쪽은 탐사선의 속도를 줄이는 중력도움. 행성의 공전 방향과 비슷하게 다가와서 다르게 멀어져야 한다. 행성을 따라가며 보는 탐사선의 속도(하얀색 화살표)에 행성의 공전속도(금색 화살표)를 백터 더하기 방식으로 더하면, 태양 기준의 탐사선 속도(분홍색 화살표)가 된다.

1960년대 나사 인턴 2명이 발견한 사실

뉴턴의 운동법칙과 중력법칙이 확립된 17세기 이후, 2개의 천체가 서로 중력으로 끌어당겨서 나타나는 움직임은 잘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3개의 천체가 중력으로 끌어당겨서 나타나는 움직임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3체 문제’(three body problem)라고 불리는 이 문제의 대표적인 예로 태양과 행성 중력의 영향을 받으면서 움직이는 혜성이나 소행성 경로를 예측하는 것이 있다.

1960년대 초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마이클 미노비치(Michael Minovitch)는 컴퓨터를 이용해 3체 문제를 풀고 있었다. 그가 사용했던 컴퓨터는 당시 최고 성능의 컴퓨터였던 IBM 7090 컴퓨터로 1초에 10만번의 연산을 할 수 있었는데, 요즘 휴대폰 연산속도의 100만분의 1에 정도에 불과하다. 미노비치는 1961년에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태양계 행성의 정확한 위치 데이터를 이용해 태양과 행성에 우주선이 추가되는 3체 문제를 컴퓨터로 계산했다. 그 과정에서 행성에 다가가는 근접비행만으로 로켓추진 없이 우주선의 속도를 더 높이는 중력도움 항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혔다.[14] 목성 너머의 행성 탐사에 돌파구를 제공한 발견이었다.

한편 1964년에는 같은 제트추진연구소에서 개리 플랜드로(Gary Flandro)라는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박사과정 학생이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지구보다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인 외행성 탐사를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앞으로 행성들이 어떻게 위치하는지를 알아보던 과정에서 그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1970년대 말에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하나의 우주선으로 모두 탐사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것이었다.[14] 목성을 지나가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여 토성을 향해 가고, 토성을 지나가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여 천왕성을 향해 가고, 천왕성 지나가는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높여 해왕성을 향해 가는 방식으로,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하나의 탐사선으로 이 4개의 행성들을 모두 탐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176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드문 기회였다.

그림 7.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의 비행궤적. 보이저 1호(파란색)는 목성과 토성을 근접비행하면서 중력도움 항법으로 탐사선의 속도를 높여 모든 탐사선들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다. 보이저 2호(분홍색)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10년만에 근접비행하는 ‘그랜드 투어’를 한 최초이자 유일한 탐사선이다.

‘그랜드 투어 프로그램’의 완성 보이저 2호

중력도움 항법을 이용해 탐사선 하나로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한꺼번에 탐사하는 이른바 ‘그랜드 투어 프로그램’(Grand Tour program)은 보이저 2호에 의해 실현됐다.

1977년 8월20일에 발사된 보이저 2호는 1979년 7월9일 목성을 근접비행했고, 1981년 8월25일에는 토성을, 1986년 1월24일에는 천왕성을, 1989년 8월25일에는 해왕성을 근접비행했다. 목성 근접비행에서 해왕성 근접비행까지 10년 1개월16일이 걸렸다. 발사 시점부터 따지면 12년 5일이 걸렸다. 목성, 토성, 천왕성을 근접비행하는 처음 3번의 중력도움에서는 탐사선의 속도를 높였고, 마지막 해왕성을 근접비행하는 중력도움에서는 탐사선의 방향을 태양계 공전면의 남쪽으로 향하도록 바꿨다. 보이저 2호는 현재 태양계 공전면의 남쪽방향으로 48도 꺾여 태양계를 벗어날 수 있는 속도로 날아가고 있다.[15]

그림 8.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린 ‘금으로 만든 음반’. 이 음반에는 여러 소리와 음악, 한국어를 포함한 55개 언어의 인삿말, 당시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와 유엔 사무총장 쿠르트 발트하임의 메시지, 116개의 그림이 아날로그 형식으로 저장됐다. 출처: NASA

보이저 1호는 보이저 2호보다 16일 늦은 1977년 9월5일에 발사됐다. 하지만 보이저 1호는 더 빨리 날아가 보이저 2호보다 4개월 이른 1979년 3월5일 목성을 근접비행하면서 속도를 높여 토성을 향했다. 1980년 11월12일에는 토성 근접비행을 하면서 태양계 공전면 북쪽 방향으로 향하도록 방향을 바꿨다. 보이저 1호는 탐사선들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다.[16]

*다음 편에서는 우주 망원경과 우주정거장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주)

[1] “Venera 7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0-060A

[2] “Venera 9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5-050A

“Venera 9”,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Venera_9

[3] “In Depth | Pioneer Venus 1”, NASA, https://solarsystem.nasa.gov/missions/pioneer-venus-1/in-depth/

[4] “In Depth | Pioneer Venus 2”, NASA, https://solarsystem.nasa.gov/missions/pioneer-venus-2/in-depth/

[5] “Mars 2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1-045A

[6] “Mariner 9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1-051A

[7] “Mars 3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1-049A

[8] “Viking 1 Lander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5-075C

“Viking 1 Orbiter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5-075A

[9] “Pioneer 10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2-012A

[10] “Pioneer 11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3-019A

[11] “Mariner 10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3-085A

[12] “Helios-A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4-097A

[13] “Helios-B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6-003A

[14] “The maths that made Voyager possible”, C. Riley and D. Campbell, 2012년 10월 23일, BBC,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20033940

[15] “Voyager 2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7-076A

[16] “Voyager 1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77-084A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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